17세기 희대의 금서, ⟪세 명의 사기꾼⟫ 리뷰
#1. 표지가 주는 강렬한 호기심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고, 무엇보다 이 책의 겉표지가 주는 강렬한 호기심에 이끌렸다. 또 저자가 익명인 점, 17세기 희대의 금서였다는 점, 내가 잘 알고 있지 않은 ‘종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이 궁금해서 책을 구매했다.
#2. 스피노자의 정신
이 책은 세계 3대 종교에 직격탄을 날린 희대의 금서답게 저자가 없다. 사람들이 저자가 누군지 궁금해서 열심히 알아내려고는 했지만, 책 내용이 스피노자의 사상체계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점 외에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그래서 저자 이름이 '스피노자의 정신’이다.
#3. 책 소개
우선 이 책은 엉덩이만 괜찮다면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어렵지 않고, 흥미롭다. 더군다나 무신론자에게는 생소할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더더욱 몰입해서 읽게 될 책이다. 또 종교를 악용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자들에 대한 비판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를 향한 비판적 관점을 짚어본 덕분에 다시금 ‘종교’가 우리 인간에게 갖는 존재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이다.
“오늘의 종교적 관점으로 볼 때, 분명 이 책에는 기발하되 불경스러운 착상이 있는 만큼 단순하기에 과도하게 나아갈 수 있었을 논의들도 종종 발견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그와 같은 논의와 착상들이 끊임없이 출몰해왔기에, 오늘날 같은 종교의 단단한 자리매김이 가능한 것이며, 정교하게 발달된 작금의 모든 종교적 교리 역시 따지고 보면 그처럼 까탈스러운 도전들에 일일이 응전하는 가운데 하나하나 갖춰진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끔찍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도 좋은 공부자료가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 17p
또 이 책은 "종교는 사기술이고, 모세, 예수, 마호메트 이 세 사람은 사기꾼이다"라면서 세계 3대 종교에 엄청난 핵직구를 날린다. 그리고 성서의 내용과 역사적 사실을 동원해서 우리가 이해하는 신과 종교에 대한 믿음이 진실인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묻고 있다.
제1장에 따르면, 스스로 신의 대리자라고 지칭하는 ‘예언자’들은, 신이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인간과 똑같이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신이란 그 어느 육적인 존재와도 닮지 않은, 순수한 영이다. 하지만 성서에 따르면 미가야는 신이 앉아 있는 것을 목격하고, 다니엘은 흰옷에 노인의 모습을 한 신을 알아보며, 에제키엘은 마치 불꽃과도 같은 신의 현현과 맞닥뜨린다. 또 성서를 보면 야곱, 욥, 모세, 아론, 나답, 아비후 등 대부분의 예언자들과 그 밖의 수많은 인간들이 살아생전 신을 목격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당시의 예언자들이 스스로 오류를 만들고 교묘한 책략으로 대중을 속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이 자신의 모습을 따서 인간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신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어떤 인간도 결코 두 눈으로, 살아서는 절대로 볼 수가 없다고 하는 건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는 자신들이 믿고 있는 종교가 진실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이처럼 세 명의 사기꾼은 성서의 내용을 참고한다거나 역사를 참고해서, 특정 종교와 종교인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이성의 힘을 해방시켜서 신과 종교에 대한 의존적 믿음에서 풀려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고, 무지한 대중과 이들을 이용하는 종교인을 향해 화살을 날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무신론 철학의 고전이자 인문정신의 토대를 만든 최초의 문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 아쉬운 점
아무래도 이 책이 기존의 종교를 부정하기 위해 어떤 혁명적 사상을 가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논리를 새워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이라던가 보다 깊이 있는 사유를 하기에는 부족한 책이다. 또 ‘종교인에 대한 비판'은 확실히 와 닿았는데, '종교 자체에 대한 비판'은 그렇게 많이 와 닿진 않았다. 충분히 선하고 좋은 사람도 종교나 특정 부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책도 필수로 읽어봐야 한다.
#5. 개인적 생각
나는 종교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종교’가' 사기술이다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종교는 '인간'에게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만약 종교가 신으로부터 나왔다면, 그리고 신의 존재가 입증된다면 우리는 사실 싸울 필요가 없다. 신이라는 알 수 없는 존재를 교묘히 활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을 테고, 과학도 없을 테니, 싸울 필요도 없고, 싸운다는 개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라는 것은 아직 입증되지 않은, ‘무’의 개념이기에, 결국 ‘종교’는 인간에게서 나온, 인간적 대상이다. 통제할 수 없는 초월적 현상에 대한 두려움,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무언가'를 찾고 있던 인간이 만든 게 바로 종교다. 본능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는 우리들이 종교를 만들었고, 우리 인간의 기호에 맞게 종교가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따라서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 그러니까 ‘종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나는 종교를 사기술이라 비난하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사상이나 순수한 믿음에 대한 지루함이 커질 때쯤, 종교가 악용됐다. 스스로 신의 대리자라고 칭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이른바 ‘예언자’들과 그들을 맹신하는 무지한 대중에 의해서 말이다. 이 책이 말하는 ‘종교의 사기술’은 이처럼 변질된 종교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종교를 교묘히 활용해 사람들을 우롱하고 이득을 얻으려는 ‘종교인’들과, 그들을 맹신하고 자신들의 의존적 뿌리가 뽑히지 않도록 서로를 헐뜯고, 심지어는 '비인간적 행동'을 저지르는 무지한 대중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향해있다는 것. 따라서 필자는 어떤 것에 대한 ‘믿음’, 또는 ‘신념’이 사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믿음을 악용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요컨대 다른 어떤 피조물보다 인간을 더 많이 염두에 두신다는 발상, 이런 모든 변별적인 사고는 오로지 협소한 정신력이 만들어낸 순전한 상상일 뿐, 그 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무지가 그런 것들을 만들어냈고, 이기심이 그것을 부추길 따름이다” - 184p
#6. 이 책과 함께 읽기 좋은 책 & 추천 독자
‘스켑틱’ : 무신론자는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증가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기도 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의 유사 역사학의 현황과 문제점, 가짜 뉴스의 창조와 확산, 알츠하이머병의 진실과 거짓 등 흥미로운 논쟁까지 다루고 있다.
<세 명의 사기꾼>은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다고 말할 때 그게 아니라 ‘저렇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무척 대단한 책이고, 내용도 흥미롭고 문체도 굉장히 신랄하고 과감해서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익명의 한 사상가가 어떤 관점으로 종교를 바라봤을지 궁금하신 분들이나, 세계 3대 종교가 왜 ‘사기술’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