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리뷰
문장이 참 재미있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서부터 재치 있는 문장력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번 작품도 찰지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네? 그게 무슨 (개떡 같은) 말씀이신지..."
나는 (속으로 쌍욕을 하며)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가 한 번쯤 해봤을 솔직한 마음을 보여준 거 같아서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사실 괄호가 너무 많다 보면 집중이 흐려지기 쉬운데, 박상영 작가의 작품은 질리지가 않는다. 문어체와 구어체, 긴 호흡과 짧은 호흡을 자유자재롭게 넘나 든다. 책을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문체가 첫 번째 포인트다.
두 번째로 좋았던 건, 소재의 현실성이다. 멀리 있지 않을, 어쩌면 내 바로 옆에 있을 법한 퀴어 이야기여서 좋았다. 사랑을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아서 좋았고, 찌질하고 미숙한 사랑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줘서 좋았다. 섬세하고, 조심스럽고, 따뜻한 이런 이미지로 포장하지도 않았고, 퀴어 이야기는 특별할 것이다 라는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다루지도 않아서 좋았다. 동성애도 그냥 어느 연인과 다를 바 없이 격렬하기도 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일상적이기도 하고, 그냥 평범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소설 앞에 '퀴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다를까? 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엄마, 애인과는 다른 영(주인공)의 성장이 인상 깊었다. 영의 애인은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이 그랬다. 영은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스스로 일어서려 노력했다. 애인을 엄마에게 소개해주려 했던 그의 '결심'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허나 애인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사회적 시선과 이를 버틸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고개'를 숙인다. 그는 자신과 다른 '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영과 함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잘못이라 볼 수 있을까)
자신의 종교적 열망을 '영'에게 투여하려 하는 엄마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영'의 엄마는 충실한 기독교인이다. 남성과 키스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그를 폐쇄병동으로 보내기도 하고, 동성애는 사회 악이라는 쪽지를 아무렇지 않게 건넨다. 영은 상처를 받는다. 시간이 흘러 엄마는 암 말기 환자가 된다. 영은 아픈 엄마를 보며 상처를 무덤덤하게 희화화하는 듯했지만, 아직 용서하지 않은 듯했다. 나는 이 부분이 좋았다.
영과 가장 가까웠던 존재, 엄마와 영의 애인은 주인공을 보면서 자신의 실패를 상기하게 된다. 그걸 보기 싫었던 이들은 서로 반대 방향에 서서 주인공을 교정하고, 자신의 열망을 향한 잣대를 영에게 들이민다. 영은 이겨내려 하지만, 실패하기도 한다. 실패로 인한 아픔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러나 영은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종교와 신념, 가족과 민족, 이런 각각의 우주 속에서, 서로를 탓하는 것만큼 아픈 일은 없으니까. 시대를 살아가면서 갖게 된 아픔에는 가해자가 없다. 그들은 각자의 시대에 충실했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 용서할 필요는 없다. 작가님은 이런 예민한 부분들을 잘 다뤄주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