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제도서전 쇼핑리스트

by 수빈 Soobin

'국제 도서전'은 내게 큰 의미를 갖는다. 여러 서점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책을 접하고는 싶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국제 도서전이 있으니 괜찮다. 돈을 차근차근 모아서, 3일 동안 종일 돌아다니며 책을 사면 되니까. 국제 도서전에는 정말 다양한 책과 서점이 있다.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독립출판이나 핸드메이드 굿즈들, 타국의 출판물들, 색다른 전시회도 있다. 그야말로 책 덕후의 성지다.


조금만 사려고 해도 막상 들어가면 자꾸 사게 되는 마성의 국제 도서전. 올해는 어떤 책을 샀을까.



<과학잡지 에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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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의 열렬한 독자로서 에피도 그냥 지나칠 순 없는 법. 은 과장이고 사실 친언니가 에피를 읽고 있길래 궁금해서 샀다.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여러 가지 색을 가진 잡지들이 있었는데, 거기 일하시는 분이 파란색 책을 추천했다. 나도 파란색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프랑켄슈타인과 낭만주의 과학의 연관성을 말하기도 하고, 김초엽 작가님께서 메리 셸리를 바탕으로 주체와 타자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한다. 보기만 해도 상당히 재미있어 보여서 바로 질렀다.




<다윈의 대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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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거기서 같이 샀다. 다윈의 대답이라는 시리즈 중 4번째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성차를 철저하게 생물학적인 메커니즘, 그러니까 진화론적으로 설명을 한다. 한마디로 성차별이 사회화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진화론적으로 남녀가 애초에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결론을 내는 책이다. 철저히 과학적(?)으로 이걸 설명하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책이고, 이 책의 번역가도 그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가 물론 과학이 중요한 시대지만, 인문학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넘나들면서 이해하고 지식을 교류해야 보다 좋은 연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인문학과 과학계 간의 골이 너무 깊은 느낌이 든다.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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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에서 4000원 5000원 주고 산 책들. 주제도 그렇고 내용도 훑어봤을 때 결코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자아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자아에 대해 본질적으로 탐구를 하는 책이다. 자아의 본성과 기원, 그리고 자아에 대한 여러 논쟁에 대해 설명하고, 특히 정신분석 이론을 많이 참조한다. 저자분께서 프로이트나 라캉을 잘 알고 계시다 보니 그쪽으로도 많이 설명해주시는 거 같다.


나는 늘 '나'라는 존재가 궁금하다. 나를 잘 안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를 본질적으로 탐구해본 적은 없다 보니, 새로운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항상 이런 인문학, 철학 책을 들춰보는 거 같다.




<죽음>


죽음이라는 책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가져왔던 편견을 깨는 책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이미지가 현대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꼬집어서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서문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서문만 읽고 아, 이 책은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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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관련 서적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더 줄었고, 사람들은 정작 죽음보다 죽음을 연기해 줄 의학 기술과 미용술, 의약품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과거처럼 임종 시에 가족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신속한 의사의 진단에 따라 환자나 노인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 가서 먼저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은 홀로 이루어진다. 비용처리를 담당할 살아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모든 일이 행해져야 하는 것이 삶의 법칙이 되어 버린 것이다."
"불행으로 죽음을 의식하여 허무주의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면서 실존적 삶의 차원으로 죽음을 경험할 것인지에 따라 삶과 죽음의 의미는 달라진다. 또한 죽어 가는 타인에게 죽음뿐만 아니라 삶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태도는 모든 업무를 지불 능력이 있는 건강한 사람 위주로만 만들지 않을 수 있으며, 죽음에 정서적으로 개입하면서 나는 비로소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그 세계 속의 나, 나의 죽음을 넘어서게 된다. 두렵지 않게."

<죽음>, 최은주, 은행나무


죽음에 대한 내 고정관념을 깨기도 했고, 새로운 생각거리를 얻은 부분이다. 아무튼 이 책은 서론 때문에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내 멋대로 세계 서점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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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 모두 은행나무에서 1000원 주고 샀다. 1000원이라고 퀄리티가 이상한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심지어 은행나무, 마음산책, 북스피어 세 출판사가 공동 기획해서 낸 책이다. 전자는 각 출판사에서 낸 피츠 제럴드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고, 후자는 직접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아름답고 기억할만한 서점들을 소개한 책이다. 천 원 주고 사기엔 퀄리티가 너무 좋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이 책은 아르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사러 갔다가 영업당해서 산 책이다. 서점에서 늘 표지 디자인이 이뻐서 집었다가 나중으로 미룬 책인데, 마케터 분께서 진짜 설명을 열정적으로 해주셔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체라는 다소 독특한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그래서 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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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죽음'이라는 책이랑 좀 겹칠 거 같은데, 이것도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이다. 매주 시체와 마주하는 법의학자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공부를 이 책에 담았는데, 죽음과 삶, 자아 이런 원초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관심이 갔다.


이걸 살 때 팟캐스트 구독도 같이 했더니 포스트잇을 2개나 주셨다. 예쁜 클래식 클라우드 엽서 2장이랑 파일을 받았다. 21세기 북스에서는 포스트잇이랑 고체 형광펜을 줬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 팔로우 이벤트가 은근 쏠쏠하다.




<교실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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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너무 읽고 싶은데 시집이 없어서 막막했을 때 딱 이 책이 눈에 띄었고, 무엇보다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는 게 너무 좋아서 바로 샀다. 개인적으로 시랑 산문이 같이 있는 걸 좋아하는데, 이 책이 딱 그렇다. 시를 더 다양한 시각으로 곱씹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잔혹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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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빨간 책방이 선택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평범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저지를 때, 그 어둠의 깊이를 인문학적으로 탐색한 게 좋아서 바로 샀다. 사실 '악'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고, 무조건 나쁘다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악을 예외적인 사태로 간주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악의 모든 형태가 설명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의 내부, 우리의 '정상적 생활' 속에 뿌리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여기서 딱 '아 이 책이야!'라는 생각이... 그나저나 표지가 신기한 게, '악'이라는 단어만 프린팅이 안 되어 있다. 일부러 그런 거 같은데, 뭔가 독특하기도 하고, 그만큼 악이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무언가라고 생각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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