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그리워지는 영화, <이웃집 토토로>
어렸을 때 할머니 댁이 바로 집 근처에 있었다.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조용한 시골 동네여서, 우리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할머니 댁을 찾아가 농사일을 돕곤 했다. 그때는 내가 살던 동네를 조금만 벗어나면 드넓은 밭과 논이 펼쳐졌는데, 네모난 건물들이 아닌 탁 트인 풍경이 어린 내겐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다. 건물이 없으니 밤에는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다.
시골은 낯설지만 재미있었다. 앞 집 뒷 집 모두 언제든 놀러 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서로 먹을 것이 있으면 나누어 먹기도 했다. 헛간을 지나칠 땐 똥과 비료 냄새가 지독하게 나서 ‘헙’하고 숨을 참으며 뛰어가기도 했다. 고추를 따고, 감자를 캐면서 내가 먹는 것들이 땅에서 나온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시간이 흐르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시골보다 도시가 훨씬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감자를 캐는 것보다 친구들과 쇼핑하는 게 더 좋았고, 밤이 되면 어둡고 무서운 시골보다 번쩍번쩍 빛나는 도시의 야경이 더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그렇게 후회가 된다. 도시의 번쩍임은 질릴 듯이 많아지는데, 시골의 고요한 어두움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 댁이 자리했던 그곳에서는 더 이상 지독한 똥냄새가 나질 않는다.
사실 <이웃집 토토로>를 보기 전까지 내가 시골을 그리워한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이 영화를 보고 문득, 사츠키와 메이가 사는 시골 동네가 마치 내 어린 시절의 그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어 본 <이웃집 토토로>는 어렸을 때 본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고, 그때가 아무리 그리워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서러움이 북받쳤다.
어린 나만이 간직할 수 있었던 상상의 힘이 있었고, 나는 상상 속 친구들이 있었기에 한적한 시골에서도 지루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시인이 된 지금의 나는 전자기기가 없으면 그저 불안에 떤다. 혼자서도 잘 노는 법을 모르겠다. 어떻게 놀았더라.
이웃집 토토로는 그런 도시인들을 위한 영화다.
바쁜 현실에 치여 잠들어 있었던 감정을 일깨워주는 영화.
한적한 시골보다는 모든 것이 갖춰진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더 많이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