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밥이 채식이었어..!
나는 카레를 싫어했다. 호박도, 삶은 감자도, 고구마도 다 싫어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 게 빨랐다. 내가 좋아했던 음식은 치킨, 짬뽕, 닭발 등, 사실상 '고기만 있으면 다 좋다'였다. 집에 반찬이 없어도 고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었달까. 각종 나물 반찬으로 밥을 먹은 날보다 오직 고기 하나로 끼니를 때운 적이 정말 많았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카레와 호박, 고구마를 좋아하게 됐다. 식탁 위 밥상이 전보다 더 풍요로워졌고, 내 몸과 마음도 풍족해졌다. 이 모든 것이 채식 덕분이었다.
처음엔 물론 채식이 쉽지 않았다. 고기를 빼고 밥을 먹었던 적이 거의 없었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당장 집 앞 식당들만 해도 고깃집이 즐비한데, 고기 없는 식당과 음식을 찾으려니 아찔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얼핏 스치기도 했다.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엔 별 관심 없었던 우리 집 밥이 거의 대부분 채식 식단이었다. 콩나물 무침, 시금치나물 무침 등 온갖 무침부터 시작해서 감자볶음, 애호박 볶음, 버섯 구이 등. 한식이 대부분인 집 밥 덕분에 생각만큼은 어렵지 않게 채식에 입문할 수 있었다.
채식을 시작하고 요리를 하게 되니 자연스레 식재료의 성질을 공부하게 됐다. 각 계절 별 제철 음식은 뭐고 그 효능은 무엇인지, 탄수화물은 주로 어디에 있고 단백질, 지방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등. 먹기 위해 살기보다는 살기 위해 먹었던 나로서는 큰 도전이자, 변화였다. 내가 음식에 관심을 갖다니, 그것도 "알약으로 식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던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선택지가 줄어드니 오히려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예전엔 단순한 음식으로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각각의 독립된 색깔과 이야기를 가진 생명으로 보였다. 또 무언가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야채에 조금씩 관심이 갔고, 식재료를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도 하게 됐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던 내가 비건 맛집 도장깨기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고, 장염을 달고 살던 내 속은 편해졌다.
채식을 시작한 지 1년, 나는 위와 같은 사람이 되었고 이런 것들을 경험했다. 충분히 만족스러웠기에 앞으로도 나는 채식을 이어나갈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채식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레츠 고 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