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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 Soobin Oct 17. 2020

반짝하고 빛나는 것들에 대하여

버스에 올라타며 기사님과 인사를 나눌 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과 인사를 나눌 때. 앞사람의 가방에서 떨어진 물건을 주워줄 때. 누군가 “오늘 힘들었지” 하며 내 손을 잡을 때. “무얼 하든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며 친구가 다독여 줄 때. 그런 네게 “네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라고 답하는 나를 볼 때. 사소한 순간들을 거쳐 형성되는 건강한 관계가 내일의 나를 만들고 세상에 빛을 가져온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처음부터 이런 빛을 보는 건 아니었다. 정신없이 굴러가는 하루의 끝에 내가 볼 수 있었던 빛은, 겨우 스마트폰에서 빠져나오는 빛뿐이었다. 나는 그 빛을 보는 족족 홀리듯 무언가를 샀다. 옷을 사고, 신발을 사고, 가방을 사고, 이어폰을 샀다. 하지만 사고 또 사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빛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더 많이, 더 빨리 빛을 보기 위해 나는 돈을 벌었다. 돈을 벌고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이 곧 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은 집착이 되어 나를 갉아먹었다. 10만 원, 2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씀씀이는 커져갔는데 빛은 그때 동안만 잠시 빛날 뿐, 여전히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다행히 책이 나를 구원했다. 독서에 빠지면서 옷 대신 책을 샀고, 책은 옷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내 공허함을 채워주었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있었고, 그 세계를 통해 나는 내가 진짜로 바라던 빛의 정체를 조금씩 알아갔다. 책에서 본 좋은 것을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그 빛은 우리 안에 다 있었다.


빛은 사람마다 그 세기가 다르다. 누군가가 굉장히 많은 빛을 본다면, 누군가는 평생 빛 한 줌조차 보지 못한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은 빛을 보고, 기억하고,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 바라건대 우리 모두 빛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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