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녹음과 편집, 새로운 유튜브 채널 개설과 영상 촬영 및 편집, 뉴스레터 글쓰기와 홈페이지 제작, 매일 글쓰기 챌린지와 학교 온라인 수업에 틈틈이 러닝까지. 중구난방으로 바쁜 요즘에는 더더욱 루틴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내가 비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잉여의 하루 : 대충 스케줄러를 꺼내서 오늘 할 일을 쫙 적는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부터 한다(그래야 하게 되니까). 그러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다른 할 일을 한다. 그러다 핸드폰을 잠깐 본다. 3시간이 순삭 된다. 해가 벌써 뉘엿뉘엿 진다. '저녁만 먹고 진짜 다 끝내야지' 하면서 저녁을 허겁지겁 먹는다. 식사를 마치면 방으로 들어가 급한 일을 끝내고 러닝을 나간다. 씻고 또 할 일을 한다. 늦은 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여유가 생긴다. 읽고 싶었던 책을 조금 읽고 잠이 든다.
내 하루 일과를 적으면서 느낀 첫 번째 문제점은 '끝'이 없다는 점이다. '오늘은 이것만 해도 잘한 거야'라고 할 수 있는 메인 업무가 없다 보니, 끝이 안 보이는 일을 계속해서 하게 되는 거다. 어쩐지 하루 종일 뭔갈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안 한 느낌이 들더라.
두 번째 문제점은 '내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 시작한 달리기나 독서 말고는 나를 위한 시간이 거의 없다. 사실 달리기나 독서도 정식 루틴이 아니다. 할 일을 다 끝내고 시간이 남았을 때 하는 정도. 앞으로는 나를 위한 시간을 정식으로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은 일 생각 없이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세 번째 문제점은 '가족'과의 시간이 전무하다는 것. 적어놓고 보니 엄마가 나한테 "하숙생이냐"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간다. 심지어 나는 저녁을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가져가서 밀린 알림을 확인하는데, 앞으로는 진짜 그러지 말아야지... 인간적으로 밥만 먹자 진짜. 가족에게 집중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네 번째 문제점은 '전자기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는 것. 내 책상 양 옆에는 책들이 정리되지 못한 채 여기저기 쌓여있는데, 맥북 아이패드 핸드폰이 가운데에 고스란히 놓인 걸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노트북으로도 모자라 아이패드와 핸드폰까지 옆에 두며 수시로 알림을 체크하는 나를 상상하니 소름이 쫙 끼쳤다. 이 정도면 현실이 아니라 가상에서 사는 듯...
사실 더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루틴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 같다. 요리를 할 때도 강불이 아닌 약불로 프라이팬을 예열하는 것처럼, 내 일상에도 예열이 필요하다.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내게 꼭 맞는 행위' 말이다. 정신없는 일상에서 '반복'이 주는 안정감은 꽤 효과가 크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마이 루틴(앱)' 1년 멤버십을 신청했다. (??? : 그렇습니다 이것은 저의 소비를 합리화하기 위한 글입니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마냥 (요즘에는 종이로 안 그리려나..?) 하루 계획표를 짜 보았다. 디지털 디톡스 시간과 나를 위한 프리 타임, 그리고 운동 시간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작심삼일이라고 3일 정도는 하지 않을까. 아무튼, 루틴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