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고 싶게 만드는 책, 《취미는 전시회 관람》
1.
'미술관'하면 무슨 느낌이 드나요? '전시회'에 대해서는요? 왠지 꺼림칙하다고요? 돈 주고 가기는 아깝다고요? 미술관에 들어서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드나요? 그런 분들이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아마 취미가 전시회 관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미술관에 대해 폭넓고 재미있게 설명해주거든요.
왜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만지면 안 될까요? 왜 뛰어다니면 안 되고, 사진을 찍어서도 안될까요? 우리는 '그러게. 진짜 왜 그래야 될까?'하고 생각은 해도, 선뜻 물어보진 않습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할 법하면서도 선뜻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미술과 미술관에 대해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죠. 다시 말해, 미술에 그다지 관심 없던 사람들의 취미를 '전시회 관람'으로 만들어 줄 보석 같은 책입니다.
2.
우리는 늘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미술관이나 갤러리에만 가면 긴장감이 들곤 합니다. 발걸음도 조심조심, 무심코 작품에 다가가다가 다리에 줄이 닿아 흠칫, 왠지 옷차림도 신경 쓰이고... 돈을 냈는데도 불편한 기분이 듭니다. 관람 도중에 보이는 검은 유니폼을 입은 분들은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미술관에서 도망치듯 나오게 됩니다. 게다가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 수십억에 팔리는 모습을 보면 기가 차기도 합니다. 도통 미술계를 이해할 수 없으니, 더더욱 마음도 멀어지게 됩니다.
미술관과 친하지 않은 분들은 보통 이런 느낌을 받고, 미술관을 잘 가지 않게 되죠. 미술관은 이러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술관에서는 잠을 잘 수도 있고, 내가 작품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작품을 만질 수도 있게 하고 있죠. 이 책은 미술관의 혁신적인 시도와 변화를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와 변화는 오직, 관람객의, 관람객을 위한, 관람객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죠.
3.
미술관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깨트려 줄 재미있는 부분은 아마도 영화관과 미술관을 비교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통 영화관은 편안한 기분이 들지만, 미술관은 불편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비교를 해보면, 미술관과 영화관은 상당히 닮았습니다.
여러분이 미술관에 온 목적이 무엇인가? 미술관도 무언가를 즐기러 오는 곳이 아니던가? 어째서 미술관에서는 진지하려고 하는가?
미술관과 영화관은 참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이 진짜인가 의심이 든다면 영화를 보는 과정과 미술관에 가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영화를 보기 위해서 처음 하는 일은 무엇인가? 어떤 영화가 재미있을까,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고 영화관을 방문해서 표를 사는 일이다.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어느 전시가 좋을까 고민하고, 검색한 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표를 산다. 그것이 미술관 방문의 첫걸음이다. 그다음엔? 영화관에서는 영화를 보면 되고,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영화는 앉아서 보면 되고,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영화는 앉아서 보고 미술작품은 서서 봐야 한다는 점이 다르지만 감상하는 행위는 같다.
그런데 영화 시작 전 많은 광고와 함께 꼭 기억해내야 하는 것이 있다. '영화 볼 때 지켜야 하는 에티켓.' 그래서 영화 시작 전, 꼭 이 에티켓에 관한 영상이 나오는 것이다. 영화를 볼 때도 하면 안 되는 것, 해야만 하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 '영화 상영 중에는 목소리는 낮게, 앞자리는 발로 차지 않고, 휴대폰은 진동이나 무음 상태로 돌려야 한다' 등등 나와 타인의 영화 감상에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 말이다. 이 최소한의 '금지'는 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시장 앞에서 뛰지 않기, 떠들지 않기, 만지지 않기 같은 '금지'는 결국 나와 다른 사람의 감상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예절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난 기필코 이 영화가 주는 미학적 의미를 찾고야 말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저, 영화 스토리에 감동하기도 하고, 멋진 장면에 감탄하거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되새겨보면 그뿐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무언가를 느끼고,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감상의 깊이를 더하게 되니까. 미술관에서도 단지 그것이면 된다. 그러니 미술관에 가자. 영화관에 가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4.
흥미로웠던 부분 두 번째는 '결정 유보의 법칙'에 대한 저자의 일화였습니다.
몇 년 전에 아모리 쇼에 간 적이 있다. 아모리 쇼는 미국 최초 현대 미술전이자, 전 세계 화랑들이 내로라하는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에 현대 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 작품을 만났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이것이 작품인지도 몰랐다. 두 갤러리 부스와 부스 사이에 놓여 있던 커다란 검정 봉지를 누가 작품이라 생각했을까? 처음엔 갤러리 직원이 쓰레기 치우는 일을 깜빡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 멋진 쇼에 이런 쓰레기 뭉치는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누군가 치워야만 할 것 같았다. 초조해졌다. 나라도 치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내내, 내 시선은 이 쓰레기 봉지에 꽂혀 있었다. 뭔가 무거운 게 들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봉지 윗부분을 묶어놓은 모양새가 매우 정교해 보였다. 봉지가 놓인 바닥은 너무 깨끗했다. 자꾸 쳐다보고 있으니 의아해졌다. 뭘까? 이 봉지는.
이건 그냥 봉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혹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전시장을 청소하는 직원이 지나갔다. 나는 그분에게 다가가 이 봉지는 왜 안 치우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이건 치우면 안 된다고 했어요. 작품이라고." 내 생각이 맞았다. 이것은 작품이었다. 그것도 예술작품을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시켜버린 아트 페어에 반기를 드는,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
'뭐야, 누가 여기다 쓰레기를 놨어'하며 이 작품을 그냥 지나쳤다면, 그것은 그저 쓰레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작품에 계속 시선을 두었다. 나의 관심과 시선은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이 작품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켰다. 그래서 이 봉지가 작품임을 발견하고, 작가의 생각을 읽는 일까지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검정 봉지가 쓰레기라는 판단을 가능한 한 뒤로 미뤘다. 그리고 기다렸다. 이 물건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는 일을 최대한 유보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머릿속으로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으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놓습니다. 그리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작품들은 예술 작품이 될 수 없다고, 이것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위의 사례는 우리가 생각하는 '누구나', '무엇이든'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예술 작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5.
영화와 미술관은 사실 많이 닮았다는 점, 쓰레기봉투에 관한 저자의 일화 모두, 우리가 미술(또는 미술관)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미술관은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더욱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많은 관람객을 유도하고 그들이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미술관의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바탕으로, 전시와 미술관을 즐기는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죠.
6.
이 책을 쓴 저자 한정희는 또한 미술관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트 에듀케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에서 공부했고, 귀국 후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교육 담당 코디네이터로 일했습니다. 2011년에는 대림 미술관 교육팀장으로, 2015년 12월부터는 대림 미술관과 디 뮤지엄 교육문화팀을 이끌며,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예술 교육'을 통해 미술을 즐기는 방법을 전하려 동분서주 중입니다. 현재는 대림미술관과 디 뮤지엄에서 수석 에듀케이터를 맡고 있습니다.
7.
《취미는 전시회 관람》은 미술 분야에서 우리가 궁금해했지만 선뜻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명쾌하게 답해주는 책입니다. 미술관은 더 이상 조용하고 정적인 공간이 아님을,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임을 알게 됩니다.
8.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전시회나 미술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을 것입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미술에 크게 흥미가 없었던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책의 제목처럼 취미가 전시회 관람이 될 것입니다. 책을 통해 미술관을 즐기는 법을 익힌 뒤, 가까운 전시회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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