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너를 위한 글
굉장히 아끼는 친구가 한국을 떠난다. 완전한 이별은 아니지만, 1년 6개월이라는 기간은 서로 의지하던 우리에게 있어서 결코 짧은 것은 아니다. 앞으로 만날 기회가 더더욱 줄어들 것을 알기에,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이별이다.
나는 술 마시면서 대화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 특히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마시는 술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달까. 아무래도 술은 가까운 곳에서 마시고 싶다보니 대부분의 술친구는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였고, 한국을 떠나는 친구는 '맥주' 친구였다.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맥주를 마시게 된 건 그 친구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맥주에 일가견이 있던 친구. 우린 맥주를 마시며 속에 품고있던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공감해주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제는 맥주만 보면 자동으로 그 친구의 이름이 떠오른달까. '맥주'를 핑계로 번개처럼 만나곤 했던 친구였다.
맥주를 좋아하는 친구. 독일도 좋아하는 친구. 고집도 세고 부족한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 그래서 약간은 든든한 언니같기도 한 친구. 내 첫 해외여행을 함께 해준 친구.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표현해주는 친구. 나는 이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다. 나에게도 소중한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친구 걱정으로 가득한 밤이다. 친구가 부디 무사히 잘 다녀오길. 안전하게 잘 지내길. 건강하게 지내길. Tschüss, Gabi.
+) 며칠 전, 친구를 섭섭하게 한 적이 있다. 약간의 오해가 있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의 실수와 이기심이 부른 것이라 생각했다. 사과할 타이밍과 설명할 타이밍 조차 놓쳤다. 왜 나는 내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지. 친구의 장문에 이기적이었던 내 모습이 보여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이 글을 빌려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