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_ 《인간의 영혼은 고양이를 닮았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 열렬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 소중한 것을 잃고 좌절하는 사람들, 야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 이야기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고양이를 닮았습니다. 우리는 고양이에게서 우리의 영혼을 보고,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짓기 때문이죠. 왜 하필 개도 아닌 '고양이'를 보며 이야기를 지었을까요?
27쪽에 나오는 '고양이 만다라'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고양이 만다라는 융의 제자인 바바라 한나가 고양이의 다양한 측면을 정리한 도표죠. 표를 보니 확실히 고양이는 개보다 한층 더 복잡해 보입니다.
위 쪽에 적인 쥐를 잡은 고양이/사나운 고양이라는 이미지는 수고양이 모습을 한 라와 세크메트가 연상된다. 이와 반대로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 게으른 측면으로는 바스테트의 기분 좋은 모습이나 일본에서 익숙한 풍경인 전기 각로 위에 웅크리고 있는 게으름뱅이 고양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도표 왼쪽에는 고양이의 독립적이고 영리하며, 때로 교활해 보이는 성향을 나타냈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충성스럽다는 느낌의 개와는 대조적으로, 제멋대로 집을 들락거리며 뭘 하다가 왔는지 알 수 없는 때가 있다. 어쩐지 인간을 자신과 대등하게 생각한다는 느낌도 든다.
바바라 한나의 분류에 따라 고양이는 다양한 측면이 나타납니다.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죠. 그만큼 '고양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양합니다.
우리 '인간'들 또한 한 단어나 하나의 특성으로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한 사람마다 성격, 취향, 가치관 모두 다른 독립적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러다가도 작년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보여준 우리의 모습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느 한 쪽에서 말하기 어려운 인간의 다양한 측면이 고양이와 비슷해 보입니다.
책에서 나오는 수많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들은 결국,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면모를 보여줍니다.
'수고양이 무어'에서는 사랑과 열정을,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는 자립적이고 교활한 특성을 보여주죠.
고양이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귀여우면서도 미묘한 기분이 들고... 빨려들어가는 기분도 든다고 합니다. 인간의 삶 또한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개가 아닌 고양이가, 인간의 영혼과 닮아 있는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요?
p.220-221
고양이의 흥미로운 점은 마치 자기만의 생활이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개에게서 볼 수 있는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의 마음을 홀리는 능력이 있다. '마음이 편해진다', '안심이 된다', '넋을 잃었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체험은 상대가 고양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도 가능하며 인간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인간관계는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한때는 일심동체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한순간 알 수 없는 관계로 돌변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관계를 알고 있어야 비로소 인간관계의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인생도 풍요로워지기 마련인데, 이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일방적으로 집착하게 되면서 고양이를 애무하는 일에 온 정신을 빼앗긴다.
하지만 이대로 괜찮은 걸까?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이 태어나 철들 시기가 되면 사장 코스, 스포츠 선수 코스, 학자 코스 등 다양한 인생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여, 그 현실을 가상현실로 단기간에 경험한 후 만족감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즉사시켜주는 비즈니스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일이 능률적으로 잘만 돌아가면 대체 진짜 즐거움은 어디서 느낄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p.281
영혼은 거대하고 넓디넓으며 그 한계를 알 수 없다. 그런 존재에 대해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형체를 통해 그 일부의 현현을 찾아내려 하며, 이로써 인간은 '산다'는 행위를 지지해주는 무언가를 얻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간은 고양이를 영혼의 현현이라 여기곤 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라는 존재의 배후에 있는 영혼에 대해서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정말로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면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하나같이 목숨을 걸어보겠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는다면 둘 사이의 관계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