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듣기 좋은 재즈, April In Paris

재즈를 들으며 읽어야 하는 책, 《재즈와 살다》_ (1)

by 수빈 Soobin

나는 재즈를 좋아한다. 주변에서 '넌 어떤 음악을 좋아해?'라고 하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재즈!!'라고 답할 정도다. 재즈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나는 분야 상관없이 다 좋아한다.(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스윙 재즈가 베스트!)


특히 나는 재즈를 매일 듣기보다는 '가끔' 듣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들으면 낭만 지수가 한껏 올라가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나는 재즈스러운 느낌이 무척 좋다. 다양한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다가도, 어느새 각자의 리듬에 맡기는 듯한 멜로디. 특히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재즈를 잊고 있던 나를 다시 한번 재즈의 세계로 안내했다. 세바스찬이 직접 차린 가게는 나의 버킷리스트에 당당히 적혀있다. 미국 뉴욕, LA 또는 파리의 재즈 펍을 가고 싶달까.

이런 펍, 너무 가고 싶어!!

나는 대부분 영화 속에서 취향에 맞는 음악을 발견하곤 한다. 재즈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영화 덕분(?)이었다. 고등학생 때 《킬 유어 달링》을 본 후 재즈의 팬이 됐다.


Anne Shelton - 《Lili Marlene》이 흘러나온다. 잔잔하고도 묵직한 앨런의 독백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앨런이 처음 등교하는 장면에서는, Jo Stafford -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이 흘러나온다. 노래 때문인지, 앨런의 발걸음이 더욱 힘차고 설레어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RKh8yq82y5w

그다음, 어쩌면 학교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공간인 '펍'에서는 주인공들의 은밀하고도 애틋한 관계가 전개된다. 앨런의 눈길을 따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초조해진다. Catherline Russel - 《Harlem On Parade》와 함께, 장면의 호흡은 더욱 가빠진다.


그러다 갑자기, 부드럽고 은은한 재즈가 흘러나온다. 분위기도, 주인공의 감정도 차분해진다. The Mills Brothers - 《You Always Hurt The One You Love》와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것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영화를 보시길 권장합니다)


https://youtu.be/mS9U75YC-jA


이 영화에서 나오는 재즈는 그 장면의 상황, 주인공의 감정을 잘 보여줬다. 나는 재즈를 들으며 간접적으로나마 앨런과 루시엔 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재즈에 푹 빠졌고, 그 뒤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나 펍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요새 책 읽기에 푹 빠졌으니, 재즈에 대해 공부해볼 겸 이 책을 집었다. 아무래도 재즈 관련 서적이다 보니 노래를 들으며 읽었다. 재즈와 보낸 하루는 내 로맨틱 지수를 한껏 올려주었다.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의 <April In Paris>라는 곡은 제목처럼 4월의 봄을 한정하는 곡이다. 나는 아직 파리를 가보지 못했다. 가보지 못한 파리의 봄을 내 귀로 들을 수 있다니, 너무나 로맨틱하다. 기술의 발전이 가끔은 고마울 때가 있다.


https://youtu.be/L_GDdWi7KGg

파리의 봄에 푹 빠져보자! <April In Paris>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4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역동적인 봄의 풍경을 멋지게 보여준다. 평소 부드럽게 흔들리며 낭만적 정서를 극대화하곤 했던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매력이 제대로 발현된 연주라 하겠다. 이 시기의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활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중이었다. 알려졌다시피 1940년대는 소편성 중심의 비밥 스타일 연주가 대세였다.

따라서 빅밴드 중심의 스윙 재즈는 상대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감은 당대 최고로 인정받고 있던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에게도 찾아왔다. 그 결과 1950년 카운트 베이시는 경제적인 이유로 오케스트라를 해산하고 소규모 캄보 활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52년 카운트 베이시는 다시 16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빅 밴드를 결성했다. 그리고 기존의 경쾌한 스윙감은 유지하면서 당대의 비밥 스타일의 솔로를 적절히 활용한 연주로 새로운 인기를 얻어나갔다. 그러므로 한 차례의 해산 뒤에 찾아온 성공은 카운트 베이시와 오케스트라 멤버들에게는 새로운 봄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토록 화려하고 낭만적인 연주를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파리를 가보지 못한 사람이 흔히 생각하는 '파리의 봄'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다시 <April In paris>를 들으면 좀 다르게 느껴진다. 처음에 이 앨범을 들었을 땐 '파리의 봄을 활력 있게 연주했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책을 읽고 다시 들어보니, 특유의 '활력'이 강하게 다가온다. 봄의 계절성에서 나타나는 활력이 아니다.


해산했다가 다시 빅밴드로 돌아온 카운트 베이시만의 '새로운 봄, 새로운 활력'이 느껴졌다.


트럼펫이 이끄는 도입부의 상쾌한 브라스 섹션에서는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솟아오른 꽃과 새싹으로 가득한 공원과 가로수 길을, 경쾌한 스윙 리듬을 배경으로 중후한 색소폰 섹션이 테마를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맑은 공기를, 솔로와 브라스 섹션이 어우러질 때는 그 촉촉하고 온화한 풍경 속을 살아가는 파리지앵들의 분주하고 편안한 일상을 그렸다.
특히 후반부에 카운트 베이시가 '한 번 더', '좋아 다시 한번만 더'를 외치며 곡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듯 엔딩을 이어가는 부분에서는 낭만적이고 기분 좋은 파리의 봄을 직접 보고 싶다는 동경을 품게 했다. 내가 파리에 가게 된 것에는 알게 모르게 이러한 동경과 상상도 한몫했던 것 같다.


화려하고 낭만적인 곡, <April In Paris>를 들으니 더욱 '파리의 봄'이 기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자의 말에 따르면 파리의 봄은 우리의 낭만을 배신한다.

으....에? 이게 파리의 봄이라구??
파리의 봄은 춥다. 5월까지 겨울 옷을 챙겨야 하고, 늘 흐린 하늘과 습도 높은 공기가 이어진다. 봄에 걸맞은 날씨는 5월 중순 무렵부터 조금씩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온이 언제 그랬냐는 듯 올라 겨울옷을 벗자마자 여름옷을 입어야 했다.
말하자면 파리의 봄은 없었다. 그래서 파리에 살면서 맞이한 첫 4월에 들었던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내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봄을 느끼지 못하고 낭만 없는 삶을 사는 한 낯선 청춘에게 곡에 담긴 이상적 파리의 봄은 허황되고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연주를 들으며 나는 오히려 떠나온 서울의 이상적 봄을 그리기도 했다....(중략)
그러고 보면 <April In Paris>가 현실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말장난 같지만 현실과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파리에서 기대하는 봄의 낭만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리지앵들은 흐리고 추운 4월에도 한 움큼의 봄의 향기를 찾아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이상적인 봄의 모습을 꿈꾸며 현실을 견디고 있는 것은 아닐까?...(중략)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린 음악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The beautiful architecture of Paris shrouded in mist or fog at sunset _ Photo by Léonard Cotte
그러고 보니 여전히 서울의 봄이 더 매력적이긴 하지만 갈수록 파리의 흐리고 추운 봄을 닮아가는 것 같다. 이제는 서울에서도 <April In Paris>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정녕 봄은 상상의 계절이 되려는 것일까? 그래도 아직은 속단하지 말자.
차라리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한 번 더 들으며 화창하고 온화한 봄날을 기다리자. 그렇지 않아도 일기예보에서 한 차례 비가 내린 후 날이 맑으리라고 했다. 봄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희망에 있지 않던가?


4장을 넘지 않는 짧은 분량인데도 강하게 들어왔다. 처음부터 감탄한 책은 많지 않았는데,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재즈와 같이 들어서 그런 걸까? 마지막 부분에서 강한 여운을 느꼈다.


이 책은 왠지 하루에 한 챕터씩 읽고 싶다. 보통 재미있으면 정주행 하는데, 하루에 감동을 몰아서 느끼긴 싫달까. 매일매일 재즈를 들으며 책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졌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앨범 전 곡을 다 들었다. 전부 재생목록에 저장해야지.



https://brunch.co.kr/@0717sb/87

https://brunch.co.kr/@0717sb/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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