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듣기 좋은 재즈

재즈 들으며 함께 읽기, 《재즈와 살다》_ (2)

by 수빈 Soobin

《재즈와 살다》가 두 번째로 추천하는 테마는 '한 여름에 듣는 재즈'다. 여기서 '한 여름'은 초록빛 잎사귀들이 반짝이는 맑은 날씨가 아니라, 흐리고 후덥지근한 여름에 가깝다. 한껏 감정에 휘말려 울음을 시원하게 터뜨리고 싶은 기분이 들 땐, 무조건 이번 곡을 들어보길 바란다.

저자가 소개하는 두 번째 재즈 아티스트는 'Nina Simone'이다. 책에 기재된 첫 번째 곡인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는 이전에 소개했던 'April In Paris'의 밝은 분위기가 아니다. 니나 시몬을 남성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음역대의 높낮이가 풍부하다. 이유 모를 신비한 감성이 느껴진다.


특히 'The Last Rose of Summer'라는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한껏 우울해지는 곡이다. 이 곡을 들은 오늘이 4월의 봄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습하고 더운 기분을 느꼈다. 묵직하면서도 후덥지근한 느낌은, 단지 노래나 멜로디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녀 특유의 절절한 감성과, 한이 맺힌 듯한 목소리에서 흘러나온다.


https://youtu.be/BcCm_ySBslk


그녀는 평소 흑인들의 사회적 권위 향상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노래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인권 운동 시기에는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 운동과 달리, 폭력 혁명을 지향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듣다 보면, 왠지 희망보다는 착잡함이 느껴진다. 밝은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현실을 감내하고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의 참담한 기분을 노래하는 듯하다. 그녀는 흑인들의 힘겨운 삶을 대변하는 노래를 하면서도, 그 슬픔과 고통을 끌어안는듯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저자 또한 나나 시몬의 노래에서 정치적 투쟁보다는 슬픈 숙명을 느꼈다고 한다.


내가 더위에 저항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더위 속에 있을 때 니나 시몬의 노래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더위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선풍기가 되었건 에어컨이 되었건 시원함은 순간이 아니던가? 또한 순간의 시원함을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냉방 기기들이 결국 여름의 온도를 높이는 주범이 아니던가?
꼭 환경을 애타게 부르짖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그냥 있는 그대로 더위를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 더운 날들의 연속, 그것이 여름이니 말이다. 우리는 그냥 그 더위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어느 순간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올 것이다.
만약 더위가 너무 심해 불쾌한 기분마저 들 때가 있다면 니나 시몬의 노래를 들어보라. 그녀와 함께 슬픔의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오면 더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원래부터 날씨와 기온이 이리 습하고 높았던 것이려니 하며 견딜 수 있게 되리라. 이것이 나만의 이열치열의 피서법이다.

- 《재즈와 살다》中에서


https://youtu.be/8nXxYnT7mGY


어쩌면 니나 시몬은 같은 상황에 처한 동료들을 '위로'하는 게 아니었을까? 그녀의 노래는 우울하지만, 치유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계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담담히 위로한다.


이 곡을 들은 당시의 나는 회의감을 가진 상태였다. 잘 나가는 듯하다가도, 늘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펑펑 울었다. 신기하게도 울고 나니 속은 시원했다. 슬픔이 건네주는 위로가 바로 이런 느낌인 걸까.


'The last rose of summer'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두 곡 모두 슬픈 감성을 담고 있지만, 결코 좌절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그녀의 노래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흥분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된다. 이리저리 일에 치여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면, 니나 시몬의 노래를 들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https://brunch.co.kr/@0717sb/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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