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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피 Jan 19. 2019

#Pro. 남매 라오스 여행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오스에 가기로 했다


약 10일 뒤 라오스에 가기로 했다. 그것도 동생과. 동생과 단 둘이 함께 하는 두 번째 여행인 셈이다. 3년 전, 나의 꼬드김에 흔쾌히 넘어온 스무 살짜리 동생과 일을 시작하기 전 잠깐의 짬을 내어 오사카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여름 뙤약볕을 맞으며 거리에서 온갖 짜증을 서로에게 거침없이 퍼부어 댔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여행.


그로부터 3년 후, 다시 한번 동생과 여행을 떠난다. 그간 동생은 군대를 다녀왔고, 나는 일을 그만두고 남미 여행을 다녀왔다. 제대한 지 한 달이 훌쩍 찼고, 복학하기까지 한 달 조금 더 남은 지금이 제일 떠나기 좋은 시점이라 여기는 동생과 흔쾌히 동행해 주기로 했다. 이번엔 동생의 꼬드김에 내가 넘어갈 차례였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라오스를 간다고 했을 때, 한 베트남 사람이 물었다고 한다. 대체 그곳엔 뭐가 있느냐고. 베트남엔 없고 라오스에만 있는 게 대체 무엇이기에 라오스엘 가려느냐는 물음이었다. 이 질문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라고 했다.


내가 곧 라오스에 간다고 하자, 여행 좀 다녀본 친구는 내게 "아, 라오스? 거기 한국 사람들 많이 가더라." 했고 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 친구는 "거기는 왜 가? 뭐 있는데?" 했다. 베트남이나 태국인 건 이해가 되는데, 라오스는 살짝 갸우뚱한 모양이었다. 웃긴 건, 나 또한 그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는 거다. 


'그러게. 라오스엔 특별히 뭐가 있지?'


라오스. 2014년도에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이 방영된 이후로 라오스는 우리나라 청춘들에게 청춘 여행지의 대명사가 됐고, 방송이 방영된 지 4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튜빙, 카약킹, 짚라인 등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라오스의 대표 도시 '방비엥'이 '한국의 가평'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건 조금은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생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제대한 지 갓 한 달이 지난 한창 피 끓는 청춘인지라 <꽃청춘>이 심어준 '라오스=청춘'이라는 수식어도 꽤나 마음에 든 듯했다. 


"누나. 라오스 가자."


"라오스?"


"ㅇㅇ. 방송 보니까 예쁘던데? 지금 비행기 값도 그나마 제일 합리적이고."


"ㅇㅋ."


나는 비행기 값이 중요했고, 동생은 그다지 중요한 게 없었다. 그렇게 우린 라오스에 가게 됐다.




내가 라오스에서 만나게 될 것은


장바구니며, 수강신청이며 동생의 학사 일정에 맞춰 계획을 짜다 보니 설에 꼬박 걸쳐서 떠나게 됐다. 일정은 총 12일. 보는 시각에 따라 길기도, 짧기도 한 시간이다. 


동생은 (물론 내 도움이 있긴 했지만) 처음으로 직접 비행기 표를 예매해 봤고, 기타 교통수단을 예약했고, 세부 일정표를 짜 보고 있다. 어렵다, 힘들다 하면서도 여행을 준비하는 일도 여행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꽤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보는 자체로도 꽤나 뿌듯하다. 


매일같이 라오스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는 지금, 점점 더 설레기만 한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 여행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나를 설레게 하는 라오스의 풍경 사진들 @unsplash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여행이란, 몇몇 풍경을 마주하는 일. 후에는 그 풍경을 추억하는 일. 그리고 그거면 충분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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