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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피 Mar 17. 2019

#01. 안녕, 라오스

좋은 시작, 방비엥

집에서


드디어 디데이다. 우리의 목적지인 비엔티엔(Vientiane)으로 가는 비행기는 출발 시각이 오후 다섯 시가 훌쩍 넘기 때문에, 새벽 댓바람부터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거나 도착하자마자 소화해야 할 일정이 있다거나 하는 부담은 없었다. 동생과는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서울에서, 동생은 대구에서. 출발지가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버스 탐?"


"ㅇㅇ. 탐."


"도착해서 연락해."


"ㅇㅋ."


누나 된 괜한 책임감으로 동생이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잘 탔는지 확인까지 마쳤다. 이제 챙겨야 할 짐만 잘 챙겨서 출발하면 정말 시작이다. 그제야 오늘 정말 떠나는구나, 실감이 났다.




공항에서


공항에 도착하니 출발 세 시간 전이다. 우선은 동생을 만나 겨울옷은 집어넣고 필요한 것은 빼낸 뒤 줄을 서려는데, 웬걸. 우리가 맨 앞이다! 사람들이 꼬불꼬불 줄 서 있던 건 괌/사이판 전용 줄인 것 같았다.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했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왠지 좋은 시작인 것처럼 느껴졌다. 


5분도 되지 않아 끝나버린 수속에, 


"오, 시작이 좋은데."


"그르이. 카면 밥부터 먹고 드갈까?"


"조오-치!"


생각보다도 여유가 더 많아져서 우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몇 년 전 가족 여행을 떠날 때 함께 식사했던 곳에서 점심을 먹게 됐다. 이번엔 넷이 아니라 둘이서. 공항 거품이 꼈지만 시장과 여행에 대한 기대를 반찬으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배를 채우고 난 후 출국 심사대를 통과하기 전 약국에 들러 멀미약을 몇 알 샀다.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다. 라오스 내에서 도시 간 이동 거리가 꽤 있는 데다, 길이 좋지 못해 멀미로 고생한 사람들의 얘기를 깨나 들었기 때문에 멀미약은 꼭 필요했다. 멀미약까지 사고 나니 배도 마음도 든든했다.




게이트에서


면세점에서 동생이 여행 동안 낄 선글라스를 하나 사고 게이트로 가는 셔틀을 탔다.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저녁거리로 간단히 먹을 샌드위치와 커피까지 사고 나서 게이트에 가니 거의 시간이 맞았다. 자리에 앉아 보딩을 기다리며 각자 가지고 있던 짐 정리를 했다. 


"중요한 건 앞으로 네가 챙겨 꼭."


"알겠어."


여권이나 환전할 돈, 카드와 같이 가장 중요한 건 힙색을 메고 다닐 동생이 맡았다. 


"응, 엄마. 이제 곧 비행기 타려고."


"그래. 서로 잘 챙겨주고. 몸 조심히 잘 다녀와."


"응. 도착해서 연락할게!"


부모님과의 통화도 끝냈다. 


통화를 끝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들의 안내에 비행기에 올랐다. 가방과 옷가지를 정리하고 등받이에 기대자, 비행기 몸체가 달달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드디어 출발이다!


인천 @여름의 무늬




길 위에서


한숨도 자지 않아 지루했던 다섯 시간의 비행을 끝으로 비엔티엔에 도착했다.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한국인들 틈에서 우르르 줄을 서서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아 출국장에 나와 보니 미리 예약해 뒀던 미니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싸 바이 디-"


어색하게나마 라오어로 인사를 건네며 차에 몸을 실었다.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정원이 차자 미니밴은 방비엥(Vang Vieng)을 향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밤이 깊었다. 전조등만이 앞길을 밝히고 있는 까만 밤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 콕콕 가 박혔다. 차 안은 조용했고 옆을 돌아보니 동생은 피곤했던지 눈을 붙이고 있다. 탈탈거리며 굴러가는 차 안에서 조용히 차창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름다웠다. 이전 남미 여행에서 질리도록 봤지만 전혀 질리지 않던 밤하늘에 수 놓인 수많은 별들…. 


왠지 시작이 좋기만 하다. 




드디어, 방비엥의 숙소에서


머리맡의 별을 구경하느라 제대로 눈 한 번 붙이지 못한 채 새벽이 다 돼서야 방비엥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차에서 비척비척 내렸다.


"컵 짜이-"


사방이 새까매 숙소 주변 풍경은 아예 볼 수가 없다. 우리가 타고 온 차의 전조등 불빛마저 금세 멀어져 갔다. 그래선지 아직은 라오스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했다. 공항에 내려서부터 방비엥에 도착할 때까지 본 것이라고는 까만 어둠뿐이었으니까.  


"휴, 그래도 도착이다!"


고생한 서로를 도닥이며 숙소에 들어섰다. 늦은 체크인 후, 짐을 대충 풀어헤치고 간단히 세수만 마친 뒤 침대에 드러누웠다. 다섯 시간의 비행과 네 시간의 차량 이동. 이동에 이동이었던, 뭔갈 하지 않아도 오롯이 힘든 날이었으니 샤워를 하지 않아도 오늘은 용서가 된다. 뽀송한 침대에 누워있자니 피로가 스르르 몰려왔다.


흠, 그런데 과연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Tip>
*우리는 이동 시간과 교통비를 줄이고자 도착한 날 밤 비엔티엔 공항에서 바로 방비엥으로 넘어가는 미니밴을 예약했다. 굳이 비엔티엔에 들렀다 갈 것이 아니라면 알아봐도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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