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색다른 골드 코스트 비치를 경험하고 싶다면

SWELL 야외 조각품 페스티벌

 골드 코스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당연히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이다. 비치를 중심으로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여러 엔터테인먼트의 옵션이 있는 곳으로 골드 코스트에서 가장 번화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곳이 아니라 조금 다른 해변을 경험하고 싶다면 Swell Sculpture festival를 추천한다. 이건 9월 초부터 해서 10일 정도( 2024년 9월 6일- 9월 15일) 참석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 야외 해변에 여러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해변과 예술 작품 감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야외 게임들과, 먹을거리들이 있는 마켓까지 있어서 가족들이 즐기기에 적합한 이벤트이다.

2018년에 골드 코스트에서 6개월 동안 살았을 때, 첫째 아들과 함께 왔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둘째 아들까지 넷이서 다시 오게 되었다. 축제 기간이 길지 않은 데다가, 우리는 주말에 가는 바람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주차를 저 멀리하고 걸어와야 할 정도 말이다. Swell이 열리는 장소는 바로 Currumbin Beach이다. 이 해변은 유난히도 바다모래가 곱디곱다. 맨발로 비치를 걸으며 조각 작품을 보는 게 꽤 낭만적이다. 조각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바다는 배경이 되고, 조각 작품과 어울려서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것만 같다.

둘째 아들은 아직 다섯 살이라 조각품에 관심은 없고 그저 모래사장에서 뛰어놀기에 바쁘다. 첫째 아들은 내가 혼자 조각품들을 구경하러 걸어가자, 자기도 구경하고 싶다며 따라나선다. 둘이 같이 모래 위를 걸으며, 조각 작품을 함께 감상한다. 호기심이 많은 아들은 작품 설명을 심각한 얼굴로 읽어본다. 조각품을 보는 순간 파도가 보이고, 때론 바닷바람을 느낀다. 눈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코로는 바닷바람을 맡고, 발로는 모래를 느낀다. 여러 감각의 경험들이 모여 행복한 추억을 만든다.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험이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풀자면, 조각품 전시가 해변 안에 모래사장과 해변 밖에 거리에서 두 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는데 우린 해변 안쪽에서부터 구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맨발로 해변 밖 길거리를 걸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발바닥에서 주사를 맞은 듯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순간 걸을 수가 없어서 잔디밭에 주저앉아 발바닥을 보니 벌이 있었다. 깜짝 놀라 벌을 쳐 버리고 주저앉아버렸다. 벌에 쏘인 건 처음이어서 몰랐는데, 벌에 쏘인 고통이 그 순간 꽤 강했다. 걸을 수 없어 잔디밭에 앉아서 심한 통증이 나아지기까지 기다렸다. 첫째 아들도 놀랐는지 너무 당황해서, 오히려 난 애써 담담한 척했다. 그래도 다행히 5분 정도 지나니 심한 통증은 나아지고 절뚝거리지만 걸을 수 있을 만큼 나아졌다. 올해 9살이 된 아들은 자기 어깨에 손을 기대고 걸으라고 한다. 갓난아기였던 녀석이 언제 저렇게 커서 아픈 엄마를 돌봐줄 수 있는 나이가 됐는지 새삼 아들의 든든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모래사장을 걸어갔다. 다행히 해변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니 그리 걱정할 만큼 아프진 않았다. 더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아들이 아니라 내가 벌에 쏘인 거다. 아들이 아픈 것보단 내가 아픈 게 더 나으니까. 이 날의 교훈, 혹시 모르니 맨발로 다니지 말자.

벌에 쏘인 덕분에 해변에 누워 비치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여행 온 사람들, 젊은 커플들, 물놀이를 하고 있는 가족들, 그들의 미소가, 웃음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느껴진다. 그 사람들을 배경으로 조각품을 보고 있으니, 예술에 예술이 더해져 보다 더 충만한 느낌이다.

골드 코스트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야외 조각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9월에 맞춰서 여행 계획을 세우시길 추천한다. 호주의 9월은 봄이라 그리 덥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약간 선선한 정도의 날씨이다. Swell 조각품 페스티벌은 조금은 특별한 해변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이벤트이다.

SWELL 조각품 페스티벌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s://www.swellsculpture.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