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단순하지만 당연스럽게도
생각과 마음을 글로 가다듬고, 글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게 익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그게 충분하다 여겼는지, 남이 적어달라는 보기 좋은 글과 말만 만들며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 갔다. 먹고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 키우느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쓸 수 있음에도 쓰지 않는 시간들이 그렇게 길어져만 갔다.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가 '왜 요즘은 글 안 써요?' 물어보면, 무엇을 쓴다 한들, 꾸준히, 그리고 제대로 완성이나 하겠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나도 속으론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의 기쁨은 시작이나 완성이 아니라, 한 자 한 자 더듬고 헤매는 '과정' 속에서 비롯된다는 걸 말이다.
그런 나를 자기기만에서 건져준 건, 가볍지만 진솔한 말투로 오랫동안 내게 핀잔을 주었던 아내와, '쓰기' 대신 '읽기'는 놓지 않았던 나의 여가생활,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마주한 모든 글쓴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과 형태로 내게 '글 쓰는 기쁨'을 상기시켜 주었고, 그와 더불어 내가 글을 쓰지 않는 이유의 '궁색함'을 한층 더 부각해 주었다.
올해 초, '다시 글쓰기를 해봐야지'라고 결심했을 때, 주제를 정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날도 새벽에 샤워를 하면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중얼거리고 있었고, 욕실을 나오자마다 메모앱에 낙서 같은 몇 줄을 남겼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채, 수건으로 머리에 물기를 털다, 이게 이렇게 할 일이야 싶어 져, 옷을 입자마자 자연스레 노트북을 켰다. 그렇게 첫 번째 원고, <비누>를 썼다.
물건백써는 '물건 백 가지에 대해 써 봄'의 줄임말이다. 문장 그대로 내 삶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물건 백 가지에 대한 나의 생각과 마음을 쓰고 기록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주제이자 목표다. 연재를 시작한다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할 텐데, 사실 그 부분은 그다지 자신이 없다. 브런치를 통해 공개를 한다곤 하지만, 아마도 이건 매우 사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겐 그저 일주일에 한 편씩, 차곡차곡 백 개의 원고를 채워나가겠다는 목표 외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써 내려가는 물건에 대한 잡스러운 생각들이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흥밋거리라도 된다면 나로서는 만족스러울 듯싶다. 아주 간혹 일과 가족, 생활과 관계에 대한 내 고민과 성찰에 동감을 표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도 몹시 기쁠 것이다. 반대로 다른 생각과 견해를 가진 이의 입장을 들어보는 일도 내심 기대를 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서술한 물건에 대한 인상과 감정들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물건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되살피게 만드는 일이, 이 사적이고 두서없는 수필을 한 주 한 주 계속 쓰고자 하는, 나라는 사람이 가진 나름의 동기이자, 의도이기도 하다.
알맹이 없는 말이 또 길었다.
그러니 아무쪼록,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