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을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스타트업에서 채용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하여

by 숲서랍

채용이 끝나고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면 조직 안에서는 빠르게 평가가 내려집니다.

"사람 하나는 제대로 채용했네요."
"이번엔 정말 좋은 사람 들어왔어요."


이 말들은 입사 직후의 인상에서 나옵니다. 초기 성과가 두드러지거나, 출신이 탁월하거나, 협업 태도가 기대에 부합할 때입니다. 하지만 이 판단은 기준이라기보다 순간의 반응에 가깝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면 같은 채용에 대해 전혀 다른 평가가 등장합니다.

"생각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이런 배경이 있다길래 더 잘할 줄 알았는데..."


입사 직후의 후광효과는 사라지고, 실제 협업이 축적되면서 평가는 뒤집힙니다.

그렇다면, 채용을 잘했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한 스타트업에 세일즈 책임자가 합류했습니다. 이 사람은 입사 3개월 만에 매출을 30% 상승시켰습니다. 수치로 증명된 성과였습니다. 조직 내에서는 "역시 제대로 된 인재를 영입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팀원 3명이 연이어 퇴사했습니다. 남은 구성원들은 소진 상태였습니다.

이 채용은 성공일까요? 어떤 조직은 이렇게 판단할 것입니다. "매출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냈으니 성공적 채용이다. 팀 역학은 별도로 조율하면 된다." 또 어떤 조직은 정반대로 말할 수도 있겠죠. "조직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됐으니 실패한 채용이다."


흥미로운 건, 둘 다 오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직이 생존의 분기점에 서 있고, 단기 매출이 절대적 우선순위라면 전자의 판단은 합리적입니다. 실제로 그 성과 덕분에 조직이 존속했다면,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반대로 조직이 장기적 성장을 지향하고, 구성원 간 신뢰와 협업 밀도를 핵심 자산으로 본다면 후자의 관점이 타당합니다.


핵심은, 조직이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느냐입니다.


채용은 고립된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순환 구조 안에 있습니다. 단기 성과를 올린 인재가 조직의 심리적 안전망을 와해시켰다면, 그 파장은 다음 채용 국면에도 전이됩니다. 소진된 구성원들은 재충전되지 않고,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인재 풀은 축소됩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당장의 매출 급증은 없지만, 조직 내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어떨까요.

협업 밀도가 상승하고 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이 다음 액션으로 전환되고 있다.

회고 문화가 정착되며 조직 학습 역량이 축적되고 있다.

신뢰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것은 실패한 채용일까요, 성공한 채용일까요? 좋은 채용은 역량 지표가 탁월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아닙니다.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현재 조직이 직면한 과제와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맥락에 부합하는 인재를 연결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좋은 채용은 "이 사람이 우수한가"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이 사람이 적합한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채용을 세 개의 층위로 구분합니다.

채용의 Why : 왜 지금 이 사람이 필요한가

채용의 What :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는가

채용의 How : 어떻게 찾고, 평가하고, 선택할 것인가






많은 조직이 흔히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기업의 '모범 사례'를 모방합니다. 예를 들면 유명 스타트업의 채용 프로세스, 특정 배경을 우대하는 관행, 화려한 경력을 선호하는 풍토, 혹은 그들만의 조직문화죠.

하지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조직에는 즉각적 성과 창출이 가능한 인재가 절실합니다. 그것이 올바른 선택입니다. 어떤 조직에는 함께 진화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그것 역시 올바른 선택입니다. 핵심은 "채용을 어떤 렌즈로 바라볼 것인가"를 의식적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채용을 잘했다는 건 화려한 배경의 인재를 데려온 것이 아닙니다. 입사 직후 즉각적 성과를 만든 것도 아닙니다. 우리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현재 직면한 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맥락에 부합하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이 명확할 때, 채용은 순간의 반응이 아니라 의식적 판단이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옳은 조직은 없고, 조직마다 맥락이 다르고, 우선순위도 다르며, 지향점도 전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정답이 아닙니다. 제가 6년간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하며 정리한 하나의 관점입니다. 어떤 조직에는 맞을 수 있고, 어떤 조직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 조직에 맞는 채용'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요약

1. 좋은 채용은 화려한 스펙이나 단기 성과가 아니다.
2. 조직의 현재 과제와 지향 가치를 이해하고, 그 맥락에 부합하는 인재를 연결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3. 채용은 입사부터 오프보딩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의 첫 단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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