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을 잘한다고 인재밀도가 높아질까

채용과 인재밀도의 관계

by 숲서랍

인재밀도, 요즘 조직을 논하는 자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넷플릭스가 강조하면서 유명해진 이 개념은, 조직의 성과는 인원수가 아니라 뛰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밀집되어 있느냐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조직이 인재밀도를 높이려 합니다. 유명 기업 출신을 선호하고, 인사 책임자에게 "밀도 높은 조직을 만들어달라"라고 요청하고, 채용 공고에 "우리는 조직적합성을 중시한다"라고 명시합니다.


하지만 저는 종종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인재밀도는 정말 채용을 잘하면 높아지는 걸까?

조직에서는 조직적합성을 판단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암묵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람, 느낌이 좋습니다", "우리와 맞을 것 같습니다" 이 직관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 직관의 논리적 근거가 부재하면, 조직적합성은 두 가지 극단으로 흐릅니다.

동질성 선호 :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배경, 성향, 사고방식을 지닌 인재를 선호하게 됩니다.

극단적 보완 추구 :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을 정반대 프로필로 보완하려는 시도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스타트업의 창업팀은 빠른 실행력이 강점이었습니다. 채용에서는 일관되게 '빠른 속도', '즉시 실행', '효율'을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팀 전체가 비슷한 성향으로 채워졌습니다. 빠른 실행에는 강했지만, 체계 구축이나 장기 전략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조직이 100명을 넘어서자 같은 실수가 반복됐고, 속도만 추구하다 보니 오히려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또 다른 패턴도 있습니다.

급성장으로 체계가 부재한 조직이 속도를 조율하고 시스템을 정립하기 위해 리더를 영입했습니다. 전 직장이 대기업이고, 10년 넘게 체계적인 환경에서만 일해온 사람이었습니다. 초기 3개월은 긍정적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대표가 말했습니다.
"실행 속도가 현저히 저하되네요. 가시적 변화가 관찰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가 경험해 본 패턴입니다. 조직적합성이란, 자신과 유사한 인재를 선호하거나, 부족한 역량을 정반대 프로필로 채우려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접근 자체는 논리적으로 타당합니다. 하지만 정반대 프로필의 인재를 영입해 놓고 방치하거나,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조직의 인재밀도를 결코 높이지 못합니다. 이것은 채용은 잘했으나 시스템이 부재한 경우입니다.


채용은 인재 선발로 완결되지 않습니다.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First who, then what.
먼저 사람, 그다음 무엇을.

하지만 이 문장의 의미는 '우수한 인재부터 확보하라'가 아닙니다. '적합한 사람을 먼저 태우고, 그다음 방향을 정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빠진 질문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태운 후, 어떤 환경을 만들 것인가?


영입한 인재가 성과를 창출하려면:

역할과 권한이 명료하게 정의되어야 합니다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일관되게 작동해야 합니다

협업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리더십이 지속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재만 영입하면, 그 인재의 역량과 무관하게 조직은 불안정해집니다. 앞선 글에서 HR 순환 구조(채용→온보딩→성과→평가보상→성장→오프보딩→다시 채용)를 설명했듯이, 채용은 이 전체 사이클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재밀도는 정량적 지표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인당 매출이 높거나, 고학력자 비율이 높거나, 저명 기업 출신이 많다고 해서 인재밀도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인재밀도란, 조직의 철학과 전략적 방향성에 부합하는 인재들이 밀집되어 있고, 동시에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할 때 형성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채용은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채용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행위가 아니라, 조직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행위입니다. 인재밀도를 높이려면 채용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을 통해 조직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

우리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는 어떤 프로필인가

그 인재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실제로 구축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재밀도를 높이는 채용이 시작됩니다.

인재밀도는 채용의 결과가 아닙니다. 채용을 통해 만들어진 시스템의 결과입니다.



요약

1.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만으로 인재밀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2.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 권한, 의사결정 메커니즘 등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3. 채용은 이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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