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회복을 꿈꾸며
서울행 기차를 타기 전 경주의 한 골목에 위치한 카페에서 친구와 차를 마셨다. 소파 의자에 거의 누운 듯 눌러붙어 노곤함을 즐기고 있는데, 친구가 문득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질문을 듣자마자 ‘사랑’이라 답하고 싶었지만, 정작 본인은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라 부러 뜸을 들인 후 말했다.
친구는 내 대답을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단어를 몇 번 읊조렸다. 그러더니 사랑의 뜻이 무어냐고 재차 물었다. 정확히 대답할 수 없어 검색창에 찾아봤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생각보다 무거운 마음이었다. 사람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거의 사라진 세상에서 가장 갖기 어려운 마음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위험한 것일지도.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이용하는 나쁜 마음도 더러 있으니까.
내 지인은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물어보면 일절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투명 인간처럼 눈도 안 마주친다고. 이유는 낯선 사람이 말 거는 게 불쾌해서. 난 지인의 말을 듣고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이상한 꾀임을 유도하는 사람이 많다 하더라도 분명히 도움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서 그저 무시해버리는 태도가 각박하다 여겼다.
친구에게 이 일화를 들려주며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좀 더 관대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본인을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워낙 세상이 복잡하고 다양하니 모든 사람에게 관대하기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사랑은 더더욱. 각자 1인분의 몫과 목숨을 지키느라 애쓰는 세상이라고 말이다.
공감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지, 참. 더불어 살기는커녕 개인적이고 때론 이기적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사랑을 하며 사는 세상을 꿈꾼다. 냉정한 이곳을 체념하는 태도로 바라보기보다 사랑으로 회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전염성이 강하니까 사랑 한 꼬집만으로 세상이 금세 따듯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시선 한번, 도움의 손길 하나, 애틋한 마음 한 움큼을 건네면 그것들이 언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을까. 사실 사랑은 내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만물을 사랑하며 살고 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