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9.3 작문
약 40~50분의 짧은 시간 안에
무작위로 던져지는 키워드를 주제로 글을 풀어내다 보면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시간은 부족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쓰는 건 싫은데 아이디어는 안 떠오르고...
평소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정리해놓는 게 나중의 시험을 위해 중요하다.
아래 글은 '간첩'이 키워드로 주어져서 썼던 글인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형식을 '태교일지'라고 하고, 나름 이모티콘(♡)도 넣고...
뭔가 약간 신선한 느낌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글을 계속 읽느라 지친 심사위원들을 생각하면
일단 형식에서 차별화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득점 포인트다.
♡ 나림이의 태교 일지 ♡
2006년 9월 3일. 출산 예정 4주 전.
나림아. 엄마야. 앞으로 한 달이 지나면 엄마가 우리 이쁜 나림이 얼굴 볼 수 있겠다. 그렇지? 네가 나와서 힘차게 우는 모습을 생각하니 엄마는 벌써부터 설레어. 나림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도 항상 건강하게 크는 모습 엄마는 빨리 보고 싶어. 너무 이른 상상인가? 엄마가 나림이 사랑하는 마음이니까 이해해주렴. 그럼 오늘 태교를 시작해볼까? 저번 주까지는 클래식 음악을 들었지. 이번 주부터는 엄마가 나림이가 나중에 살아가게 될 세상에 대한 얘기를 해줄게. 좀 재미없고 냉정하게 느껴져도 정말 중요한 얘기니까 잘 들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자, 이제 시작할게.
첫째, 뻔뻔해지렴. 나림아. 이 세상엔 착하고 솔직하다고 해서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는 경우는 많지 않단다. 네가 잘못했더라도 사과하지 말고 네 주장을 끝까지 우길 수 있는 그런 뻔뻔함이 필요해. 그러면 정말 사람들은 네가 옳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믿는 상황이 오게 된단다. 그... 뭐랄까? 그래 스파이 아니면 간첩처럼 말이야. 얼굴에 또 하나의 가면을 쓰는 거지. 나중에 차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뒷목 잡고 얼른 차 밖으로 나와서 “당신, 뭐야!”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렴. 우리나라에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란다.
둘째, 아는 척을 해야 해, 뭐든지. 어차피 너도 나도 모르는 지식이면 일단은 그냥 아는 척을 하는 거야. 상대방을 깜쪽같이 속이는 거지. 너도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유능한 간첩은 아는 것도 많긴 하지만 아는 척도 아주 잘 한단다. 그러면서 인정도 받고 상대방이 비밀로 숨겨뒀던 말을 실타래 풀듯 줄줄 끌어내는 거야. 그러면 일도 술술 풀리기 마련이란다. 내가 아는 지식이 그 사람만큼 많아지니깐. 너 태어나면 엄마가 비디오 가게에서 007 시리즈 빌려서 꼭 보여줄게.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아는 척하는 건 기본이야. 그래야초면에 무시도 안 당하지.
마지막 셋째는, 양심 따위는 가끔씩 버려야 한다는 거야. 이거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정말 잘 한단다. 나중에 너도 뉴스 보고 꼭 배우길 바라. 선거운동할 때야 지역 주민이 최고라고 하면서 뭐든지 다 들어줄 것처럼 굽실거리다가도 막상 당선되면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는지 모른 척이란다. 이 사람들은 간첩에 비유하면 정말 훌륭한 ‘대간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워낙 하는 일의 범위도 크고 그만큼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버리는 양심의 크기도 크니까.
휴-. 오늘 태교는 여기까지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살아가는 세상 엔간첩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자잘한 간첩부터 큰 간첩까지…. 엄마도 너한테 이런 걸 가르치고 있으니 마치 간첩교육대의 교관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엄마는 그저 그런, 보잘것없는 간첩이야. 그냥 우리 나림이 쑥쑥 잘 크라고 세상을 가끔씩 그렇게 살아갈 뿐인 걸…. 어머, 지금 TV에 국회의원이 장관 보고 ‘당신, 간첩 아니야?’ 이런 투의 훈계를 하고 있네. 우습다. 그렇지? 자기 만한 거물 간첩이 어디 있다고…. 하하, 맞아. 저 정도 하니깐 국회의원 수준의 간첩을 할 수 있는 거야. 역시…. 무섭다, 무서워. 간첩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어쨌든 오늘의 태교는 여기까지! 사랑해, 나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