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면증이 도져서 새벽에 잠에 자꾸 깬다. 일정한 시간에 깨는데 계속 누워 심장 소리를 감상하느니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요즘 그냥 일어나 공부한다. 해야 할 것이 많다며 많고 없다면 없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새벽 공기가 주는 차분함은 참 좋은 것 같다. 요즘 꿈두레 특강을 시작하고 직장에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데 차라리 이 시간에 공부하니 과제가 좀 더 잘 되는 느낌도 들고 복습도 차분하게 잘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다크서클과 피곤함은 어쩔 수 없다.
개강하고 일주일이 되었다. 어제 전공 세미나에서 개강식을 하고 졸업 프로젝트하시는 분들과 톡방에서 일정과 과목을 점검했다. 수강신청 정정 기간인데 정정할 과목은 없는 것 같다. 이전 학기까지 8학점을 힘든 과목으로만 채워 들어서 월화 목 수업에 매일 과제에 시달렸는데 막상 졸업 학기가 되니 졸업생만 들을 수 있는 꿀 학점 과목 덕분에 실제 수업이 2과목 밖에 없고 그것도 화요일에 몰려 있어서 매일 바빴던 과거와 다르게 너무나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대신에 졸업 프로젝트 때문에 걱정이 많다. 논문을 쓰면 하기로 했던 강체 시뮬레이션 쪽은 지금 시간적 여유를 보아 어려울 것 같고 다른 주제를 선정해야 하는데 연구 주제 발표일까지 괜찮은 주제를 생각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이전 선배들 자료들을 보면, 고만고만한 것도 있지만 실무 경험을 녹인 정말 훌륭한 프로젝트를 하신 분들도 있는데, 내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생각보다 프로젝트 결과가 좋다면 차라리 다음 학기 까지 기다렸다 논문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 하지만 조기졸업을 선택한 이상 이번 학기에 B를 맞지 않는 이상 예정대로 졸업이다.
졸업 학기, 이렇게 아쉬울 수가. 들어온 것이 참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근데 생각해보니 참 많이 배우기도 했고 내 한계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이 탐색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등교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월요일에 프로그램 설치 문제로 학교를 방문했었는데 아름다운 교정에 들어서면 그 아쉬움이 배가 되었다. 이 아름다운 교정에 재학생으로서 발을 들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아직 학생증도 안 만들었는데.(하하) 가끔 프로젝트 발표할 때 보이는 실력들을 보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교류하고 싶은 욕구를 눌러야 하는 것도 아쉽다. 지난 학기 전공 임원을 하면서 사람들이 나란 사람에 대해 알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역시 내가 아는 이들이 많이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관계가 아닐까 싶다. 끝나고 술 한잔 기울이는 것에 대단히 인색한 편인데, 그러한 관계가 단 한 번도 허용되지 못하니 박탈이 주는 갈증은 역시 나도 피할 수 없었나 보다. 한 학기 더 뭉그적 거리면 다음 학기에는 오프라인 수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난 학기 까지도 그런 희망을 들고 살았는데 이제 포기하고 정말 졸업 학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교수님도 4학기 조기졸업하는 학생들 많이 아쉬울 거라 하셨는데 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나는 많은 것을 배웠던가? 아니 배우고 있던가? 많이 배우긴 했는데 아무리 공부해도 내가 공부해야 할 것들은 널려 있고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이 양질의 논문과 도큐인지 파악하는 게 어려울 정도라는 것을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연구실 일반대학원생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편하게 돈 벌면서 공부하는 것에 감사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배우는 것은 내 미래에 대한 무한 긍정이 아니라 한계치를 가늠하며 내가 가장 잘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법인 것 같다. 과연 졸업하고도 지금의 이 배움과 열정을 간직한 채 내 직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아직 졸업장도 못 받았는데 벌써 마음은 졸업생인 것 같다.(웃음) 하지만 한 학기 너무나 빨리 훅 가버릴 것을 알기에 지금의 아쉬움을 간직한 채 소중하게 수업에 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