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시끄러웠던 2020년 3월 중순, 미뤄지는 개학과 비어 있는 교정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는 정보부실에 앉아 있었다. 처음 보직교사를 맡게 되었는데 첫 달부터 이게 뭐람.
사실 내가 앉은자리는 알고 보면 일 없고 담임보다 일찍 퇴근하는 소위 꿀보직이었다. 작년에 칼퇴를 밥먹듯이 하는 이 자리를 눈여겨보던 나는 13: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운이 좋게 정보부장에 앉을 수 있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라면 학기초에 컴퓨터 수리하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이곳은 정컴(정보컴퓨터)과 전전통(전기 전자 통신) 교사들이 득실 거리는 특성화고였다. 대부분 나보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빠삭하고, 1000 대가 넘는 컴퓨터는 대부분 과에 소속된 실습실의 컴퓨터이다. 나에게 떨어진 컴퓨터는 교무실과 교실에 있는 구닥다리 컴퓨터가 전부인데 그마저도 실무원님이 알아서 잘하신다. 본 교무실과는 다른 건물 구석진 곳에, 실습실과 가까운(!) 이곳은 조용한 칼퇴를 꿈꾸는 딱 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렇게 빈 둥 거려도 되는 건가?'
일 안 하려고 온 거지만 이쯤 되니 미안해졌다. 좀이 쑤시던 나는 옆방의 3D 준비실(이라 쓰고 놀이방이라 읽는다)에 가서 좀 놀다가 괜히 자리에 와서 공문을 뒤적거렸다. 대부분 '교육부에서 코로나 19를 위해 뭔지 모르는 홈페이지 만들었으니 홍보해주세요'라는 말 같지도 않은 공문이라 읽지도 않고 넘기곤 했다. 근데 오늘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코로나 19 대응 원격 교육
대응? 뭐에 대응을 하라고? 인류가 참혹하게 코로나 19에 밀리는 이 판국에 일개 교사가 무슨 수로 코로나에 대응을 한단 말인가?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분류된 공문은 그 제목의 참신함으로 나를 놀라게 한 후 그 내용으로 뒤통수를 때렸다. 내용인즉슨 코로나 19로 원격 수업을 할지도 '모르니' 그에 대한 대응을 하라는 것이었다.
코로나 19 원격 대응 공문 밖에 처리할 게 없던 나는 재빨리 머리를 돌려 내가 컴퓨터를 이용해서 수업을 할 때를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다행히 원격 교육의 원산지인 방송대를 최근 졸업한 데다 대학원과 토요일 스터디에서 원격 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했던지라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해야 할지 대충 감이 왔다. 나는 과거부터 파워포인트나 교과서를 이용한 몇 가지 수업들을 떠올리고 당장 필요한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