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수업을 위한 원격 연수

원격 수업 대응기, 세 번째 이야기

by 수리향

다행히 우리 학교 부장님들은 대부분 융통성 있고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편이었다. 교무 부장님의 빠른 지시에 따라 이미 지나간 웹캠 빼고 나머지 필요한 물품을 유지보수업체를 통해 신속하게 구매했다. 인터넷 주문보다 컴퓨터 소모품 업체와 가까운 유지보수업체의 팀장님이 훨씬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물론 돈은 좀 더 들었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웹캠은 한 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해 웹캠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무선 연결 방식도 있지만 여러 기술적인 문제로 결국 USB 리피터와 삼각대로 물품을 좁히고 펜타블릿과 함께 주문하였다. 능력 있는 교사 분들 중에는 이미 그전에 웹캠을 보유했거나 피지컬 컴퓨팅으로 사용하던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최대한 장비를 빌리고 빌렸다. 교무 부장님은 아예 주변에서 스마트폰 공기계를 몇 개 빌려 오셨다.


물품들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 것 같았고 남은 것은 원격 수업을 어떻게 돌릴지 시스템 구축과 교사 연수였다. 시스템적인 부분은 한 번에 결론이 나지 않아서 나는 일단 교사 연수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사실 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손에 쥔 스마트 폰으로도 원격 수업은 가능하다. 결국 교사의 역량이 원격 수업 가능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코로나 19 기간이라 학교에는 부장들만 출근하고 있고 그나마도 다 나오지 않고 있다. 어차피 원격 수업에 대한 감을 익히기 위해서는 원격 수업을 받아보아야 하기 때문에는 나는 원격 연수 계획서를 기안하고 곧바로 전교직원 대상으로 연수를 시작했다.



당시 공지 사항에 올렸던 원격교육 연수이다. 담임교사 3차, 부장 1차, 비담임 2차, 마지막에 못 하신 분들 1차례. 그렇게 7차례를 구글 행아웃으로 연수를 했다. 연수는 PPT와 펜타블릿을 이용하여 실제 원격 수업에서 사용되는 수업 방식과 완전히 동일하게 하였다. 놀라운 것은 모든 선생님들이 대단한 열의로 참여해주신 것이다. 연수 실적에 하나 들어가지 않는 자율 연수인데 연수를 놓쳤다고 (대부분 구글 서버에 튕겨서) 다시 해달라고 요청이 쇄도하였다. 선생님들의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위에서 말한 n차보다 사실 더 많은 연수를 했던 것 같다.


3월 27일 마지막(?) 연수를 마무리하고 나는 잠시 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야 원격 수업 툴에 눈을 뜬 교사 분들은 신나게 다른 학교와 다른 원격 수업 플랫폼을 서핑하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눈 좀 붙이려는데 여기저기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도 있더라', '네이버 에듀 위드는 어떠냐', '줌이 그렇게 좋더라', '인문 교과는 EBS 온라인 클래스가 좋던데 우리도 이걸로 해달라'


쇄도하는 문의에 나는 잠시 머리가 아득했다. 그냥 구글로 실시간 수업하고 숙제는 구글 클래스로 받으려 했는데... 이미 연수도 그렇게 다 끝났는데 왜 이제 와서. 여하튼 결정권이 나에게 있는 것도 아닌데 결정권이 나에게 있다고 착각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수렴해 부장님들과 원격으로 여러 차례 회의를 했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구글 학교 계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구글 학교 계정을 만들어 행아웃 20명 인원 제한을 풀어야 하는데 구글 센터에서는 대기업적인 마인드로 영세 학교에 '돈'으로 해결하라는 갑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플랫폼도 줌보다 별로면서 온갖 갑스런 소리를 하는 구글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원격 수업 플랫폼을 줌으로 바꾸었다. 구글을 쓰지 않기로 했으니 자연스럽게 과제방도 구글 클래스를 쓸 필요가 없어져 EBS 온라인 클래스로 바꾸었다.


줌으로 원격 수업 플랫폼을 바꾼 후 3월의 마지막에 전교직원을 줌으로 원격 연수를 하여 간단하게 마무리했던 것 같다. 바뀐 플랫폼에 대한 불만도 있었을 텐데 사실 정보부장이었던 내가 원안이 바뀌어 가장 심기가 불편했으므로 선생님들은 군소리 없이 연수에 열심히 참여했다. 이미 원격 수업 연수를 몇 번 받았고 이제는 화상 회의 플랫폼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선생님들도 생겨서 이때부터는 무척 수월했던 것 같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인문교과 선생님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택하게 되었는데, 가장 큰 장점이 EBS 강사의 강의를 끌어 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초중고에서도 EBS 온라인 클래스를 플랫폼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서브로 사용하는 우리 학교와는 달리 메인 플랫폼으로 사용되어 사용자 수 폭주로 초반에 여러 문제가 많았다. 이 부분은 과제와 평가와 관련되어 연구부에서 주로 안내를 하게 되어서 EBS는 그냥 눈 감아 버렸다. 줌도 빠듯한데 이런 걸 신경 쓸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학교의 원격 수업 플랫폼은 줌 수업방과, EBS 온클 과제방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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