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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여행 1일 차

2023.01.17.

by 수리향

코로나가 좀 나아지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한 1-2주 정도 업무 마무리를 하고 춘절 전에 마지막으로 하얼빈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대륙 종단을 하고 싶지만 코로나 여파로 몸이 쇠약한 상태라 버킷 리스트였던 하얼빈으로 마무리. 춘절 전에 빠르게 다녀오는 것으로 하였다.


1. 안중근 기념관

오전 9시에 연길서역에서 출발하여 오후 2시쯤 하얼빈 서역을 나와 호텔에 짐을 풀었다. 호텔이 하얼빈 역과 가까워서 슬슬 걸어갔다. 그런데 현재 위치는 하얼빈 역 북문이고 안중근 기념관은 하얼빈 역 남문에 위치해 있다. 택시를 탈까 걸어갈까 하다가 코 앞인 것 같아서 지하도를 통해 가보기로 했다.

하얼빈역 북문
대충 오래된 역이라는 의미

중국의 대부분 도시들은 [도시명] 역과 [도시명] 서역을 가지고 있다. [도시명] 역은 대부분 근대 시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고 철로가 예전 것이라 완행열차가 다니고 서역은 요즘 깔린 고속철도가 다닌다. 안중근 의사가 의거한 기념관은 하얼빈 역의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실제 총을 쏘았던 자리는 1번 열차의 플랫폼에 위치해 있다.

하얼빈 남문

조금 헤매긴 했지만 남문까지 잘 찾아왔다. 지하도에서 끝까지 가면 안 되고 중간에 나와야 한다. 저 건물에서 왼편 모퉁이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왼쪽으로 살짝 돌면 바로 보이니 금방 찾는데 푯말이 왼쪽에 붙어 있어서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느낌적 느낌으로 알아서 벽이 끌어당기니 걱정하지 말자. 내부에 관람객은 우리뿐이었고 관람은 무료이다.

안중근 의사

중국에서도 인정받는 안중근 의사.

참고로 유묵은 다 가짜이고 그렇게 썩 좋은 모조품은 아니다. (내 방에 걸린 일일부독서 보다 가짜로 보인다…)

안중근 의사 일대기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 포토존

관람객들을 위한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저 세모 화살표에서 동그라미 부분의 이토를 맞추면 된다. 여기서 한창 포즈 취하고 놀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워서 놀랐다.

실제 의거 장소

실제 의거 장소는 포토존의 유리창 너머 1번 열차 플랫폼이다. 신기하게 열차가 지나가는데, 정차는 하지 않았다. 시간 많으면 열차 시간 알아내서 1번 플랫폼에 승차하는 열차 예약하고 들어가도 될 것 같다.

안중근 의사 이야기

한국어 번역도 잘 되어 있고 안중근 의사 어머니 이야기와 유해 이야기도 잘 적혀 있다. 여름에 대련을 다녀온 뒤 하얼빈에 오다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중국의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대체로 월요일 빼고 9시부터 16시까지 운영한다. 하얼빈에 오면 꼭 들려서 방명록도 쓰고 사진도 찍고 가자.


2. 중앙대로

안중근 기념관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보내서, 밖에 나오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하얼빈 역 북쪽에 중앙대로가 위치하는데 그곳의 유명한 러시아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러시아 식당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일단 예약 번호를 받은 후 중앙대로를 산책하기로 했다.

러시아 식당 입구의 러시아 인형
중앙대로

파르스름하게 저녁이 앉기 시작한 중앙대로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곳곳에 눈과 얼음으로 만든 동상들이 눈에 뜨이고 러시아식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거리는 구두를 신기 다소 불편했는데 어차피 추워서 예쁜 구두는 사치다. 양말 한 겹에 기모 부츠를 신은 발 끝은 조금씩 차가워졌지만 불빛과 볼거리가 어우러져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

러시아 초콜릿 가게

러시아 초콜릿, 꿀, 술,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너무 예쁜 가게는 조금 비싸다. 그래도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보드카가 저렴하다고 하는데 나는 보드카는 안 좋아해서 초콜릿을 샀다.

코카콜라 기념관

유명한 코카콜라 기념관도 있는데 콜라도 팔고 포토존도 있다. 맨 위층에 따뜻한 랜덤 맛 콜라를 파는데 아무도 살 용기를 내지 않았다. (콜라는 차가워야…)

러시아 식당에서 호출이 와서 달려갔다. 조금 기다렸다가 드디어 저녁을 먹었다. 시간은 6시. 오전부터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배고파서 요리가 나오자마자 접시를 비워서 전체 요리를 담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먹는 브런치의 맛이랄까? 엄청 색다른 맛을 기대한다면 중국 식당을 추천한다.

중국에서 엄청 많은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업체 빙설 뭐시기(?)의 아이콘이다. 중앙대로에 있는 게 크다고 생각했는데 빙설축제에 가보니 별게 아니었던…


3. 소피아 성당

예쁜 건물을 지나 소피아 성당으로 이동했다. 소피아 성당은 중앙대로와 하얼빈역 사이에 위치하는데 저녁때 와야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우와우와
소피아 성당

소피아 성당의 규모는 작은 편인데 건물의 아름다움이나 건축양식이 주변의 어떤 러시아식 건축물 보다 돋보적이다. 역시 유명한 건 다 이유가 있구나 싶다.


성당 내부는 20위안이면 볼 수 있는데 춥고 피곤해서 낮에 보기로 하고 일단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이 소피아 성당과 가까워서 후다닥 도착했던 것 같다. 호텔은 151위안(세금과 수수료까지 해서 192위안) 정도 하는데 물도 깨끗하고 따뜻하고 지하철역도 가까워서 좋았다. 호텔에 가서 씻고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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