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정오의 태양 빛 속에서 뼈도, 둘레도 없는 춤을 추었던
어린 날의 가벼운 영혼은 어디에 있나.
우리는 이제 반듯한 외투로 마음을 숨기며
높은 굽의 신을 신고, 어디론가 바삐 걸어간다.
그러니까 어디로 가는 걸까?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러니까 다시 묻는다.
어린 날의 자유롭고 맑던 영혼.
그곳으로 가는 길은 누가 지웠다,
누가 나를 가로막고 있는가,
그러니까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 양귀비를 좋아했다.
들판에 핀 개양귀비의 하늘거리는 꽃잎을 한참 바라보다 집에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하늘거림이 슬퍼 보인다.
꽃잎 하나에도 기뻐하던 그 시절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