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떨어진 꽃이 천천히 썩어 간다. 악취를 풍기며.
나무에 핀 꽃이 물었다. ‘넌 왜 무용하게 썩어가니?’
썩어가던 꽃은 입이 없어 속으로만 말했다.
‘네가 꽃피우기 위해 썩어가고 있어.’
사실 부러웠다. 따뜻한 햇살 속에 당당히 피어난 꽃이.
바람이 가하는 린치는 참 모질어 오해와 미움으로 흙투성이가 되었다.
차라리 빨리 흙이 되면 좋을 텐데 퇴비가 되는 과정은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가끔 모진 말에 ‘너도 나처럼 되었으면 좋겠어’ 하다가도
‘아니야, 안락한 곳에서 행복한 열매를 맺으면 좋겠어’ 기도 했다.
그런데 하늘은 안 좋은 기도만 들어주는지
햇살 속의 꽃은 기꺼이 떨어져 썩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그건 바라는 게 아니란 것을.
하지만 그 썩어가는 꽃은 또 눈물 나게 아름다워,
이렇게 썩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했다.
그 끝이 정해진 무용일지라도.
- 동백의 혼잣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