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도 개성도 용납하지 않는 인문교과 교직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질에 신물을 내며 다른 탈출구를 파고 있는 나를 보며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했던 말이다. 방송대를 다니고 컴퓨터를 공부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나에게 소위 선진적인 조직 문화에 몸 담은 분이 '부적응자'라는 딱지를 붙인 것이다.
그즈음 나는 잘못을 잘못이라 말할 수 없는 경직된 조직문화에 치를 떨며 서울 강남의 한 스터디 카페에 매주 입을 털러 다니고 있었다. 미국의 한 잡지를 아티클로 하여 토요일 아침에 '조직 문화와 리더십'에 대해 격한 토론을 벌이는 이곳은 내가 몸 담은 조직의 썩은 문화를 고발하며 공감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느낀 점은 한국의 대부분의 조직들은 그렇게 갑질과 No 발전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사실 누구의 문제랄 것도 없이 모든 조직 구성원들의 문제이고 한국의 오랜 병폐인데, 멀리서 바라보면 문제이지만 그냥 잘 적응(?)하고 향유(!)하면 오히려 꿀이 될 수도 있는 문화였다. 내가 문제시하는 한국의 조직문화는
첫째, 능력보다는 줄 서기(소위 정치질)에 의해 좌우되는 업무 평가 둘째, 인격 모독까지 서슴지 않는 갑질 문화 셋째, 젊은 사람을 봉으로 보고 나이로 매겨지는 위계질서
기타 남의 업무 성과 가로채서 자기 성과로 만들기, 열심히 잘하면 오히려 배척하는 이상한 조직 문화, 서류로만 실적 찍어 내기 등등이다.
교직 같은 작은 조직에서 이런 많은 일들을 모두 겪어 보았다고 놀랄지 모르지만 교무실도 엄연히 공무원 조직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고 저런 일쯤은 일상으로 일어난다. 그것에 적응하고 숟가락을 얹는 사람이 될지 그게 아니라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며 고쳐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될지로 나뉘는데 후자는 100이면 99 부적응자이다. 나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데 외국계 회사를 다니는 분들도 '철밥통이면서 참 바라는 것이 많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컴퓨터 공부라니 나이 들어서 참 별 짓을 다한다, 방송대 따위 다니면서 엄청 어깨 힘들어 갔네, 프로 불편러라 어차피 어느 조직에 가도 부적응자일 텐데 그게 뭐가 벼슬인가 등등
참 많은 아니꼬운 시선을 받았던 것 같다. 그들도 물론 잘못된 조직 문화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에 눈을 감을 줄 아는 스킬도 중요한데 나는 그걸 감추지 못해서 한심하게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보면 평생 그 조직에 몸 담을 것도 아닌데 그들이 원하는 데로 발전도 하지 않고 순종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과연 개인에게 이로울까?
결국 이러한 시선은 내가 방송대를 졸업하고 교과를 바꾸고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완전히 다른 시선을 바뀌었다. 바뀐 조직에 잘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매일 공부하며 점점 길어 넓어지는 나를 보며 그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나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저렇게 사는 게 틀린 것이 아니었구나'하며 갑자기 대학원도 진학하고 방송대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들 마음 한 켠에는 사직서를 담고 있었지만 점차 현실과 타협해 조직에서 요구하는 부품이 되어갔고 이제 다음 직장을 찾을 용기를 잃어 갔던 당신. 결국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세상이 원하는 진화를 포기하게 되고 그 조직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면서 자신은 고인물에서 파닥이는 물고기가 된 것이다.
세상에는 변화의 물결을 타고 발전하는 조직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조직도 많다. 후자의 조직에서 연공서열에 시달려 스스로를 그 틀에 맞춰가는 어리석을 행동을 '적응'이라고 자위하는 이들을 보며 나는 말하고 싶다.
적응이 아닌 진화를 하자.
잘못된 조직 문화에 젖어 그들이 요구하는 데로 자신의 빛나는 날개를 떼어 바치지 말고 세상의 흐름에 맞춰 진화하고 낡은 껍데기는 탈피하는 사람이 되자. 그게 나를 더 가치 있게 만들고 앞 길을 더 넓게 만들어 주는 초석이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