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일수록 집이 필요하다

by 수리향

바야흐로 부동산 공화국 시대이다. 언제는 안 그랬느냐만 급하게 오르는 시점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 시점에서 주택마련을 시도했던 미혼 1인 가구로서 작년에 정말 많이 고군분투를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주거 빈민으로 취급받는 30대 미혼으로서 2020년도에 내 집을 마련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깨달은 바를 풀어볼까 한다.


1. 전세의 함정

어렸을 때는 그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었다. 한국에서 그림 같은 집은 '전원주택'으로 분류되어 시골이나 도시 근교의 전원주택 단지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나 전면 재택근무 아니고서야 교통이 좋은 역세권을 찾게 되고 전원주택들은 저 멀리 선택지에서 멀어지게 된다. 본인이 근무하는 지역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 내에 있는 역세권 집을 찾아보면 대체로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원룸이 있다. 돈 없는 사회초년생 때는 대부분 월세를 살고, 그러다 돈이 조금 모이면 오피스텔과 빌라에 월세나 전세를 들고 산다. 주거의 질을 위해 젊은 사람들은 오피스텔을 선택하기도 하고 그냥 넓은 공간에 저렴하게 살기 위해 빌라를 선택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빌라나 오피스텔이나 임차인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소작농이 된다는 것이다.

월세는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내니 알고 있지만 전세를 살면 그것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세라는 것을 알면 전세를 들어가느니 집을 사게 된다. 전월세를 들어가기 전에 건물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면 대부분 '근저당'이 잡혀 있다. 간단하게 건물을 담보로 집주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것인데 그 대출금액이 감당이 되지 않으면 집주인은 '전세'를 치게 된다. LTV 때문에 통상 70프로에서 많게는 90프로까지 대출이 잡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까 전세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70프로는 자기 돈은 주고 집주인에게 집을 사주는 꼴이 된다. 주인보다 돈 많은 사람이 돈을 주고 소작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차라리 70프로의 자기 돈에 30프로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나은데 사람들은 선뜻 전세라는 제도를 두고 집을 사는 것을 주저한다.



2. 결혼=독립이라는 고정관념

한국에서는 집이라는 것은 결혼할 때 사는 것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부모님이 사주는 것으로 고착화되어 있어서 더 큰 문제인데 그런 이야기는 덮어 두고라도 결혼 전에 집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부모님 시대에는 분가를 한다는 개념은 결혼을 하면서 발생하고 자연스럽게 그때 집을 사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점점 높아지고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이 잦아지면서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였다. 문제는 이 1인 가구를 받아줄 주거 형태가 한국에서는 전혀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1인 가구는 돈이 있어도 아파트 한채 가지지 못하고 오피스텔이나 빌라를 전전하게 되는데, 오피스텔이나 빌라는 그 주택의 특성상 사는 순간 가격이 떨어지는 감가상각이 일어난다. 그래서 이 오피스텔과 빌라들은 은퇴한 부모님 세대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물론 그분들도 임대사업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집 관리도 소홀히 하지는 않으며 그 큰 대출을 리스크로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연 15만 명씩 늘어나는데 그에 맞는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고 그저 임대에만 의존하다 보니 결국 서울 시내에서 1인 가구를 위한 15평 이하의 아파트를 찾아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것이 억울해서 왜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을 짓지 않느냐고 하소연하면 국가에서 임대주택을 지어줄 테니 그곳에서 거주하다가 돈 모아서 결혼해서 3-4인 가구를 위한 아파트를 사라고 한다. 점점 신혼 특공이나 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은 많아지는데 정작 1인 가구는 85제곱미터 이하의 청약에서도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억울하면 결혼하라는 것 같아 미혼들은 슬퍼진다. 사람이 정책보다 우선인데 뜯어보면 정책에 사람을 우겨 맞춰야 하는 것이다.



3. 임차인으로 살면 자산 시장에서 밀려난다

자산은 크게 부동산과 동산으로 나뉜다. 여기서 동산은 대부분 가지는 자동차인데 이것은 사는 순간 감가상각 된다. 하지만 부동산은 금리인상을 반영해 꾸준히 상승한다. 입지가 좋은 곳을 잡으면 그 속도는 더 빠르다. 부동산 폭락이 올 거라고 아주 오래전부터 떠들었지만 한국에서 정말 부동산 폭락이 온 적은 IMF 이후에 없었다. 지금처럼 부동산 폭등으로 정부 정책이 나와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는 했지만 떨어지는 폭이 10프로 정도밖에 안 되었고 그 마저도 결국은 우상향 한다. 그리고 그 우상향 그래프는 물가상승률 그래프와 같이 올라간다.(참고 https://m.blog.naver.com/foodhelp/221488332771) 물가상승률을 3프로라고 하면 현금 1억을 10년 동안 보관한 사람과 1억짜리 아파트를 10년 동안 산 사람은 나중에 그 자산 차이가 1.4배 이상 벌어지는 것이다. 현금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아파트의 가치는 계속 올라가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세를 살거나 여건이 되면 집을 구입한다. 하지만 한국의 1인 가구는 그 특성상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평생 자기 집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본처럼 미혼 중년이 늘어나게 되고 그들이 젊어서 집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노년이 되어서도 자기 집 한 채 가지지 못하거나 집을 마련하려 뒤늦게 영끌을 하다가 몸과 마음을 버리는 수도 있다.

부모님이 결혼을 해야 자산이 불어나고 집도 생긴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결혼을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고 집을 마련하면서 자산이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4. 1인 가구도 집을 소유해야 한다

기승전 집 사자는 이야기라서 미안하지만, 1인 가구일수록 집을 소유해야 한다. 신용 대출에 대부업체까지 끌어들여 영끌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금이 있다면 대출을 두려워하지 말고 집을 사야 한다. 본인은 대출은 받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집을 사지 않고 돈을 모았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1억을 모았는데 그렇게 모으고 집을 보니 내가 살만한 집이 2.5억 정도 된다. 그때 60-70프로 보금자리 대출을 받아 집을 샀으면 되었는데 나중에 더 모아서 사야지 하고 2-3년 지나니 집 값이 2배는 올랐더라. 한국에서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집을 살 때는 결국 대출을 끼고 산다. 그리고 갚을 능력이 있으면 주택담보대출 같은 건전한 대출은 서민들을 위한 국가의 혜택이기 때문에 꼭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나도 그럴 용기도 없고 '혼자 사는 입장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당돌한 소리다'라고 생각해 당시 집을 사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뒤 전세 보증금을 1.5배나 올려달라는 소리에 놀라 집을 나왔다. 나의 전세보증금은 나보다 원금이 없었던 집주인의 등기부를 위해 2년 동안 사용되었으면 집주인은 집값이 올라 자산을 불리고 더 많은 전세금을 낼 세입자를 받았다. 그 사이 집 값은 2배가 올라 있었다.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결국 자산 시장에서 내 자산을 챙기지 않는 것은 기부도 아니고 겸손한 것도 아닌 자신의 자본금으로 남의 배만 불려주는 바보짓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청년 1인 가구는 주거에서나 혜택에서는 거의 최하에 존재한다. 젊었기 때문에 희생만 해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님이 박힌 사회에서 내 재산도 지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이 사회에 그냥 약한 존재로만 남아 의지할 곳을 찾게 만든다. 그렇게 의지 할 곳 없는 2030 세대를은 선심성 공약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 결국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잠깐의 표를 파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집, 내 자산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수도권에 85만 가구를 생산한다고 공표했다. 그것은 빨라도 5년은 걸린다. 그리고 1인 가구는 매년 15만 명씩 증가한다. 5년 뒤면 그 85만 가구도 꽉 차게 돠는 것이다. 그 모든 1인 가구가 결혼을 하고 우리 부모 세대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간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나도 부모님이 서울에 있지만 가만히만 있어도 자산이 증식하는 아파트를 버리고 갈 생각은 없다. 부모님은 오랜 학습 효과로 서울 아파트는 우상향 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파트가 죽을 때가 되면 재건축으로 또 한 번 소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을 10년 단위로 본다면 분명 지금의 2030 세대의 1인 가구들에게도 기회는 온다. 하지만 그 기회가 오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리며 그 기회가 온 순간 그때 들고 있는 1억이 지금의 1억은 아니다. 결혼은 할지 안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혼자일수록 내 집은 꼭 필요하다. 30대가 훌쩍 넘어 이제야 깨달은 것을 지금의 젊은 이들은 꼭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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