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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Aug 30. 2020

할미꽃 언덕

손그림/아무그림


오늘도 시어머님대신 약을 받으러갔다.
56일에 한번씩 들리는 노인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나와 시댁에 들리니
어머님께서 옛날에 끼던 반지를 내미신다.
그걸 어디둔지 몰라 종일 찾으셨다고 하신다.

뜬금없이 반지를 찾아 나를 주신 것처럼
어느날 또 문득
눈에 보이지않는 그 반지를 다시 찾느라
고생하실게 뻔해
어머니가 계속 끼고 계시라고 말렸지만
고집을 꺾지못하고 받아왔다.

***
몇년전 친정엄마는 내가 싫다는데도
엄마가 아끼던 가방을 기어이 주시곤
바로 그 밤이 지나기 전 내게 전화를 걸으셨다.
'갖고싶으면 엄마에게 달라고하지,
말도 없이 가져갔냐'는 엄마 말을 들으며ᆢ
그후로도 몇번이나 엄마가 아끼던 것들을
' 우리 막내딸 주겠다'는 말과
'그거 네가 가져갔냐?'는 말을 번갈아들으며ᆢ

'우리딸 가져!'  '아냐. 엄마가져!'의
여러차례 실랑이끝에
난 의사가 뭐라든 내겐 여전히 최고였던
엄마의 치매를 받아들였다.

***
시어머님 반지는 결코 내가 끼고싶은 종류도 아닌데
어쩌면 앞으로 어머님은 또 불쑥
반지를 찾느라  잠을 설치시고
그리고 이제 나는 또 그걸 탐낸 며느리로 오해받을지도 모른다.

반지야 몇번이고 되가져다드림 그만이지만
그까짓 오해쯤이야 대수도 아니지만
툭하면 집에 있는 것도 없다시며
돈도 없고 쌀도 없다 하시는 시어머님이
그로인해 허허벌판에 선 기분이진 않으시길ᆢ

구비구비 고개를 넘고 다다른 그 언덕에도
할미꽃처럼
반짝반짝 별은 빛나기를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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