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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Aug 22. 2020

별처럼 꽃처럼

손그림/스크래치그림


옛날 옛날 1960년대 그 어느날
시골에서 고모가 올라오시고
아버지는 퇴근후 고모를 모시고 창경원에 갔다.
내 기억속에선 분명히 이미 어두운 때였는데
그 시절엔 창경원이 늦게까지 개방했던걸까.
아님 벚꽃놀이 철이었던가.

동물 몇마리를 보고
정원을 걸으며 궁도 구경하고ᆢ
하나밖에 없던 손위 누이에게
서울구경을 시켜주려던 아버지와
오랜만에 서울동생을 보는 고모의 마음은
어땠는지 몰라도
내게 그날의 백미는 회전목마였다.

그전에도 그후에도 숱하게 회전목마를 탔지만
그 밤 아버지와 엄마와 고모를 세워놓고
목마에 올라타 신나게 빙빙돌다
목마가 부모님이 계신 쪽을 돌면
천년만에나 다시 만난듯 해해 웃어댔던 나와
그때마다 어김없이 손을 흔들어줬던 부모님의 모습을
오십년도 더 지난 지금도 잊을수없다.

다시 그 몇년 후 어느날,
저녁밥을 기다리다 어설피 든 쪽잠에선
우리집 연못에 물고기대신 수많은 눈동자가
물에 어려 흔들리는 꿈을 꾸었다.  
기괴한  꿈에 소스라쳐 깨어나니
집안이 어수선하고 엄마아버지가 분주하게
어딘가 떠날 차비를 하고 계셨다. 그새 고모가 죽었다는 연락이 와있었다.

나는 어린 맘에도
갑작스러운 고모의 부고에
연못 속 눈동자가 고모눈이었던가 생각했었다.
내게 분홍색 장난감기타를 사주었던 고모였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젊으실때였는데
고모는 왜 그렇게 일찍 가셨을까.
그때도 몰랐던 것은 지금도 알 수도 없고
이제라도 물어볼 아버지도 안계시고
안개속에 사시는 엄마의 기억도 이미 사라지고ᆢ

회전목마와 함께 몇몇 흐릿한 기억만이
별처럼 꽃잎처럼 내리던 지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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