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걸림돌은 돈
1. 눈 뜨자마자 불안한 아침이다. 9시 성수기 예약 전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 배도 안고프다.
2. 콘도 성수기 추첨 날짜가 오늘이었는데, 어제저녁 문자를 받았다. 미 배정되었으니 다른 지점 및 날짜 예약을 유선으로 하라는 문자였다.
3. 분양 회원 추첨 후 남은 객실이 있다는 건가? 문자를 받고 한참을 고민했다. 객실을 일부 남겨두고 추첨을 하는 거였나 보다. 허망한 마음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4. 9시가 되자마자 전화와 앱으로 동시 접속을 해야 하니 아침 먹으며 미리 로그인을 해놓고 예약 방법을 숙지한 후 배우ja님과 의논을 한다.
5. 남은 룸이 키즈룸이어도 예약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어, 출근하고 있는 배우_자님께 전화를 했다. 그 방은 17만 원쯤 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예약을 2박으로 바꿔서 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본인도 9시부터 전화를 해보겠다고 한다.
6. 9시 전에 집에 들어와야 하니 서둘러 등교 준비를 한다. 오늘따라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7. 두 개의 우산을 나눠 쓰고 걸어가는데 아이가 오늘은 정문으로 등교를 하고 싶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는 후문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야 정문이 나오는데라고 물으니 오늘만 그렇게 가고 싶다고 한다.
8. 시간을 보니 가능할 것 같아 걸음을 재촉한다.
9. 비 오는 날이라 개똥이 없다.
10. 적당한 골목길을 찾아 휘적휘적 걸어가니 정문이 나왔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11. 저쪽에서 할아버지랑 걸어오는 우산도, 옷도, 가방도 핑크인 아이를 보더니 반 친구라고 한다. 둘은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서로 인사를 하고 나란히 정문으로 들어간다.
12. 아이가 자주 말했던 친구다.
13.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까페라떼를 사서 들어올 생각이었으나 벌써 50분이다. 고민하다 커피는 제쳐두고 집으로 온다.
14. 8:59 전화를 걸었으나 응대시간이 되지 않았다는 음성메시지가 흘러나온다. 9:00다! 끊고 다시 통화를 누른다. 먼저 온 전화를 받고 있단다….
15. 9:10 여전히 통화연결은 되지 않고, 앱은 트래픽 초과라고 나온다. 이거 하지 말까.
16. 답답하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우_자님께 전화를 하니 받자마자 헛웃음이다. 우리는 그래도 계속해보자는 동의를 한 뒤 다시 시작한다.
17. 9:30 드디어 앱이 들어가진다. 바다 앞 콘도 키즈룸 2박이 선택되었다. 예약하기를 눌렀다. 더 이상 화면이 넘어가질 않는다. 틀린 건가. 틀렸다.
18. 동해바다는 포기하고 남해 쪽 지점으로 클릭하니 내가 원하는 날짜에 가능하다고 나온다. 멀지만 여기라도 해야겠다.
19. 금전적인 부분은 배우_자님에게 물어봐야 하니, 전화를 해서 브리핑을 한다. 스파룸 가격과 콘도 위치 주변 관광 상황을 간략히 설명한 뒤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재촉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예약을 할 수도 있다고 겁을 준다.
20. 가격의 압박이 있는지 2박으로 해보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21. 9:45 드디어 여름 성수기 예약을 완료했다.
22. 서로 스마트 폰으로 콘도 주변을 찾아보며 톡으로 이곳이 최적의 여름휴가가 될 것임을 기대해본다.
23. 배우_자님이 긴장과 압박에서 벗어나 남해에서의 휴가를 기대하는 모습이 보이자마자 나는 거기서 2박만 할 경우의 단점을 무한대로 들어놓으며 3박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24. 먹혔다. 나는 추가 1박 예약을 완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