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의 효과

수수한 일상 속, 두 번째 이야기

by 쑤상

여러분은 좋아하는 광고 카피가 있으신가요?

아, 카피가 뭐냐고요?


카피는 광고물의 아이디어나 핵심이 되는 메세지를 짧은 문구로 표현한 것을 말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스킨푸드의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처럼

짧은 문장으로 시선을 사로잡아 제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세상에 여러 카피가 존재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카피는 애플의 광고 카피인데요.

한 번 천천히 소리 내어서 읽어보실래요?


‘달라진 것은 하나, 전부입니다’


어때요? 읽어 보셨나요?

아마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을 카피인데요.

이 카피는 ‘하나’와 ‘전부’라는 2개의 단어가 대조되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그러나 이 대조를 더욱 극대화해 더욱 매력적인 카피로 만들어준 장치가 있는데요.


바로 ‘쉼표’입니다.


저는 이 카피를 읽을 때, 쉼표 다음에 꼭 0.1초 정도 숨을 머금어요.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쉼표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요.

‘하나’라는 단어 다음에 0.1초 정도 쉬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집중을 하게 하고,

‘하나’와 대조되는 ‘전부’라는 단어가 뒤이어 나오면서 이 카피의 매력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이처럼 적절한 위치의 쉼표는 이다음의 순간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쉼표의 효과는 카피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

알고 계신가요?


잠깐 제 얘기를 드려볼게요.

벌써 1년 전의 이야기네요.

회사에 다니며 마케팅 스쿨을 이수하고 동시에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였어요.


사실 진작 번아웃이 왔었는데,

바쁜 일정과 빨리 이직해야겠다는 조급함에 쉼 없이 계속 달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조급함만 더해지고,

일의 진전이 하나도 없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시간만 계속되었어요.

그래서 조금 무모하고 과감한 선택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퇴사하자, 그다음에 이직을 준비하자’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아주 무모한 생각이었죠.


그러나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준비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상의 무게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

내린 과감한 결정이었어요.

그렇게 어렵게 일상에 쉼표를 찍었습니다.


저는 모아 놓은 돈을 가지고

2박 3일, 짧은 일본 여행을 떠났어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상과 다른 풍경, 다른 사람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기에는

아주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다시 일상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땐 조금 두렵기도 했어요.


그러나 용기를 내어 상황을 마주하니

오히려 내가 이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인 콘텐츠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짧은 쉼표 같은 일상 덕분에 그다음 일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이처럼 쉼표는 카피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다음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요.


만약 오늘,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1년 전 저처럼 녹슨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일상이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면

지금이 여러분 일상에 쉼표를 새겨 넣기 가장 좋은 시간일 수도 있어요.


잠깐 일상을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 동안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저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서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시간이면 충분해요.

오히려 주저했던 그 멈춤이,

이다음 마주할 나의 일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거예요.


쉼표 다음에 맞이하게 될

더 멋진 여러분의 내일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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