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번의 겨울을 지나온 당신에게

당신의 생신은 승리의 기록입니다

by soosays

수십 번의 겨울을 지나온 당신에게


​어느 요양보호사의 기록,

그 찬란한 생의 흔적에 대하여

​창밖의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요.


오늘 마주한 어르신의 주름진 손등 위로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깊이로 새겨져 있습니다.


​수십 번의 시린 겨울을 견디고,

수많은 우여곡절의 파도를 넘어 당신은

비로소 오늘이라는 해변에 도착하셨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흘러가는 하루겠지만,


어르신께는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포화가 가득했던 전쟁통을 지나, 거친 바닷바람과 온몸으로 맞서 싸우며 지켜낸

소중한 '승리'의 기록입니다.


​그렇게 끈질기게, 그리고 묵묵하게 삶을 살아내셨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며 문득 나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내게 주어진 삶이 때로는 버겁고 숨 가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르신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다시금 숨을 고르게 됩니다.


삶은 원래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어르신의 굽은 등에서 배웁니다.


​"어르신, 생신 축하드려요."


​작은 케이크 앞에 두고 건넨 한마디에 수줍게 웃으시는 그 모습이 참 좋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150살까지,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제 곁에 머물러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이 살아낸 그 강인한 생명력이 오늘도 저를 살아가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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