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으로 산. 고오-급 두유

두유 한 팩에 담긴 고소한 첫 월급의 맛

by soosays

통장에 찍힌 생애 첫 월급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가느다란 손목을 가진 나의 어르신.
어떤 선물을 드릴까, 한참 고민하다 마트 진열대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평소 같으면 가성비를 따졌겠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달랐습니다.


조금 더 비싼 고칼슘 두유를 골라 든 손에는, 제 마음의 무게가 함께 묻어 있었습니다.


"아이구, 조선생아.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이런 걸 사 왔노. 돈도 없는 기… 아이고, 고맙다."


두유를 건네받은 어르신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당신의 호주머니 사정보다 제 얇은 지갑을 먼저 걱정하시는 마음이, 못내 뭉클했습니다.


저는 짐짓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어르신! 이거는요… 음, 제 쌈짓돈 탈탈 털어 산 고급 두유예요.
밥맛 없어도 꼭꼭 씹어 드셔야 해요!"


'쌈짓돈'이라는 정겨운 단어에 어르신은 결국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셨습니다. 주름진 눈가에 번진 배시시 한 미소를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두유 한 팩일지도 모른다고요.


오늘도 조 선생은 어르신의 세상에 작은 미소를 보태며, 기분 좋은 보람을 수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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