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촉일까, 요양보호사의 감일까.

by soosays

예감의 무게, 30퍼센트의 생명선


의료용 산소공급기 정기 점검일.

기사님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계를 살피다 말고,

구석에 놓인 휴대용 산소공급기를 툭 가리켰다.


“보호사님, 이건 충전 좀 해두셔야 해요.

지금 30퍼센트밖에 안 남았네요.

급하게 쓰게 될 때 필요하니까요.”


여유분이라며 건네준 산소 호스 몇 줄이 내 손바닥 위에 차갑게 내려앉았다.

늘 듣던 일상적인 점검 멘트였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 말이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고

내 마음 언저리에 묵직하게 고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작가 특유의 예민한 촉이었을까,

아니면 어르신을 향한 지극한 관찰이 빚어낸 본능이었을까.


나는 그 길로 기계를 콘센트에 꽂았다.

처음 만져보는 낯선 물건이었지만, 충전등이 깜빡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숨이 쉬어졌다.

충전이 끝난 뒤에는 혼자만의 시뮬레이션도 시작했다.


“어르신! 이거 뭐 눌러야 산소가 팍팍 나옵니꺼—?”

“모른다. 맨날 딸이 해줘가지고 나도 잘 모른대이.”


이것저것 버튼을 누르자 치익, 하고 생명의 바람이 새어 나왔다.

기계음 섞인 그 소리가 확인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이제 할 줄 안다. 하지만 그 산소 가방을 어깨에 메게 될 날이

이토록 서둘러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깨를 짓누르는 휴대용 산소호흡기의 무게를 견디며 응급실로 향하는 차 안에 있었다.

30퍼센트였던 숫자를 100퍼센트로 채워두었던 그날의 '이상한 마음'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올해 들어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코 말할 수 있다.

그날, 무심코 지나칠 뻔한 기사님의 말을 붙잡아 사용법을 익혀둔 일이라고.

사랑은 때로 아주 사소한 점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그 긴박한 응급실 복도에서 뼈저리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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