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통증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뜬눈으로 지새운 아침, 몸의 구석구석은 가뭄 든 논바닥처럼 거칠거칠하다.
기력이 다한 몸 위로 우유에 섞은 들깨가루를 억지로 밀어 넣고 약을 털어냈지만,
기운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조 선생이 기운 없이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끝에 그녀가 내온 것은 구수한 냄새가 나는 된장죽이었다.
"어르신, 딱 한 숟갈만요. 딱 한 숟갈만 드셔보세요."
그녀가 조심스레 떠미는 숟가락을 마주했지만,
입안은 이미 감각을 잃었다. 밥알은 모래알처럼 겉돌았고,
삼키는 것조차 버거운 몸은 거부의 몸짓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적을 깨고 조 선생이 울기 시작했다.
“어르신, 이렇게 아프고 힘드신데 억지로 드시라 해서 너무 죄송해요.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근데 이거 조금이라도 드시고 진통제를 드셔야...
그래야 좀 사는 것 같으실 거예요. 어르신, 죄송해요...”
그녀의 눈물은 통증에 몸부림치는 나에게 밥숟가락을 들이밀어야 하는
자기 자신을 향한 미안함이었다.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 당연한 권유가, 아픈 이에게는 폭력이 될까 봐
그녀는 숟가락을 쥔 내 손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내 자식도 이렇게는 울어주지 않을 텐데. 목이 메어
"아니다, 조 선생. 고만 울어라" 하며 힘겹게 한 숟갈을 넘겼다.
그러자 이번엔 조 선생이 고맙다며 나를 끌어안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입맛도 없을 텐데 자신을 생각해서 먹어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며,
내 어깨에 기대 울었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지.
조 선생은 가끔 엉뚱하다.
내가 밥을 거르면 '근무 태만'이라며 펄쩍펄쩍 뛰고,
운동을 빼먹는 날엔 '직무유기'로 잘릴지도 모른다며 혼자 난리를 친다.
누가 우리 조 선생을 자른단 말인가.
고용주인 내가 그럴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데.
조선생은 참 안 해도 될 걱정을 사서 한다.
그래서 나는 조 선생이 더 좋다.
그 불필요한 걱정들이 실은 나를 향한 지극한 사랑임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