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저 말고 더 잘하는 사람 쓰이소 (2)

by soosays

경력보다 깊은, 마음이라는 문장



금요일의 통화는 길지 않았다. 보호자님은 내 서툰 손길 너머의 진심을 보셨는지,

"돌봄은 경력이 아니라 마음"이라며 거듭 곁을 지켜달라 당부하셨다.

그 응원을 품고 맞이한 월요일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지만,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공기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어르신의 몸 상태가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다. 끙끙거리는 신음이 방 안을 메우고,

나는 서둘러 온기를 준비했다.


따뜻한 죽 한 술을 조심스레 떠드리고, 마른 입술에 물을 적셔드렸다.

차가운 발에 양말을 신겨 드리는 내 손길이 바빠질 때쯤,

어르신이 쉰 목소리를 낮게 깔아 말씀하셨다.


“조 선생아, 주말에 우리 딸한테 얄궂은 말을 했다 하데.”


양말목바지를 잡아당기던 내 손이 찰나의 순간 멈추었다.

혹시나 내가 건넨 주제넘은 배려가 어르신의 마음결을 할퀸 것은 아닐까, 정적이 흘렀다.


“내가 요양보호사를 이때까지 네 사람을 만나봤다.”

어르신은 잠시 숨을 고르셨다.

“조 선생은...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제일 괜찮은 사람이다.”


밀려오는 안도감과 뭉클함에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짐짓 씩씩한 척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대답했다.


“아이고, 어르신. 들으셨습니꺼.

혹시 저보다 더 잘해줄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싶어서 그래 말씀드린 깁니더.

섭섭하셨겠네예.”


어르신은 힘겹게 고개를 저으셨다. 굽은 손마디가 내 옷깃 끝에 닿는 것 같았다.

“조 선생아, 돌봄 하는 데 경력이 무에 중요하노.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지.”


그 투박한 인정 한마디에 마음속 응어리가 녹아내렸다.

나는 애써 밝은 웃음을 지으며 어르신의 눈을 맞추었다.


“아이고, 그라믄 이제 고마. 어르신 천국 갈 때까지 말 바꾸기 없습니더-!!!”


새끼손가락을 걸듯 건넨 나의 너스레에 어르신은 미소로 화답하셨다.

그날 이후, 어르신의 방 안에는 내 이름이 더 자주, 더 다정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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