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의 차가운 금속성 소음 사이로 하염없이 눈물을 씻어내고 있을 때였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면접 일정 안내: 오늘 오후 2시 참석 바랍니다.]
세상의 시간은 참으로 무심하게 흐른다.
어르신의 숨소리가 잦아드는 찰나를 함께 버텨내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집 근처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생겨 이력서를 넣었던 날,
어르신은 내 이력서를 돋보기 너머로 꼼꼼히 살피며 말씀하셨다.
“조 선생은 처음엔 몰랐는데, 겪어보니 참 진국이야.
내가 뽑는 사람이면 당연히 뽑지. 똑 부러지고 영리하니까 한번 도전해 봐.”
그 투박한 응원이 나를 면접장으로 떠밀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처참했다.
울음으로 불어 터진 눈덩이와 붉게 달아오른 콧망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상황 자체가 그저 버겁고 매몰차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발길을 돌릴 수 없었던 건,
만약 내가 오늘 면접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어르신이 아신다면 분명 "내 탓이다"라며
자책하실 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화장품을 꺼냈다.
짓물러진 눈가 위로 파운데이션을 덧칠하고,
차오르는 눈물을 꾹 누르며 아이라인을 그렸다.
화장 위로 자꾸만 눈물이 길을 내며 타고 내려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면접장으로 향하는 길,
예상 질문지를 중얼거려 보아도 머릿속은 온통 응급실의 잔상뿐이었다.
그러나 면접관 앞에 섰을 때, 나는 최선을 다했다.
비록 퉁퉁 부은 눈과 코를 숨길 순 없었지만, 내 목소리엔 어르신이 믿어주신
'진국 조 선생'의 자부심을 담으려 애썼다.
합격 통보보다 간절했던 건,
어르신이 기운을 차리고 돌아오셨을 때
"저 면접 포기하지 않고 잘 보고 왔어요"라고 말씀드리는 것이었다.
그 소식에 환하게 웃으실 어르신의 얼굴을 상상하며 나는 버텼다.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집,
나는 허물어지듯 침대 위로 쓰러졌다.
현실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 잠을 청했지만,
애석하게도 꿈속에서조차 나는 어르신과 응급실의 차가운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사투는 꿈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