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도 나는 울고 있었다.
응급실의 차가운 복도를 달리는 사투는 잠결까지 나를 쫓아왔다.
하지만 몸을 깨워야 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나는 다시 두 아이의 엄마라는 이름을 입어야 했으니까.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싱긋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여야 했다.
저녁상을 차리고,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알록달록한 종이 인형을 가위로 오려냈다.
예정된 모임에도 나가 웃고 떠들었다.
잔인하리만큼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려 애썼던 건,
그래야만 내가 무너지지 않고 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간신히 버티던 시간이었다.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적막 속에 짧은 알림음이 울렸다.
“누구지?”
화면을 확인한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르신이었다.
백 살에 가까운 나의 가느다란 잎새. 침침한 눈으로,
그 투박하고 마디 굵은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 눌러 쓰셨을 문장이 화면 위에 위태롭게 떠 있었다.
[조 선생, 너무너무 고맙쑵니다.]
오타 섞인 그 짧은 진심 앞에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당황하실 어르신을 생각하며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써 내려갔다.
한 글자마다 눈물이 번졌다.
“어르신! 빨리 집에 오세요. 조 선생 기다림더...
조 선생 실직자 만들면 우리 알라들 손가락 빱니데이!”
답장을 보내고 나서 나조차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병실에 누워있을 어르신을 미소 짓게 하려고,
기어코 사투리 섞인 너스레를 떨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하고도 가련했다.
하지만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이 밤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옷을 챙겨 입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차가운 캔맥주 하나를 사 들고 돌아오는 길,
밤공기가 유난히 시렸다. 오늘은 진짜,
취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