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살리면.. 그게 정말 치료일까요?

by soosays

돌아갈 곳을 잃은 얼굴, 병실이라는 낯선 섬


응급실로 향했던 그 긴박한 길 끝에 어르신은 결국 입원을 하셨다.

몸은 차츰 기력을 회복해 가시는 듯했지만,

어쩐지 마음은 조금씩 식어가고 계신 모양이었다. 보호자님과 통화하던 중,

잠시 어르신의 목소리를 빌려 들을 수 있었다.


“어르신! 잘 계시는교~ 밥은예! 아이고 보고 싶다, 언제 집에 오실랍니꺼!”


평소보다 한 톤 높여 씩씩하게 건넨 나의 안부에 어르신은 낮고 쉰 목소리로 짧게 답하셨다.


“글타...”


경상도 어르신들의 이 짧은 대답은 '몹시 시원찮다'는 뜻임을 나는 안다. 이제는 수화기 너머의 숨소리만으로도 어르신의 상태가 눈앞에 선명히 그려진다. 내가 곁을 지킨 이래 가장 힘이 없고 메마른 목소리. 가쁘고 거친 숨결이 전파를 타고 내 가슴을 긁어내렸다.


“조 선생... 잘 있나... 그래... 집에 가야지...”


그로부터 며칠 뒤, 보호자님께 다시 연락이 왔다.

아버님이 부쩍 우울해하시고 기력이 없어 이제는 잘 걷지도 못하신다는 소식이었다.


병원이란 곳은 참으로 이상한 공간이다.

밖에서 호탕하게 웃던 사람도 그곳에만 들어가면 정적이 된다.

집에서는 허허 웃으며 넘기던 농담들이 병실 천장을 떠돌다 차가운 바닥으로 자꾸만 가라앉는다.


어르신의 침대 옆엔 손때 묻은 집안 물건 하나 없고,

창밖 풍경은 생경하기만 하다. 시간은 오직 약을 먹는 간격으로만 분절되어 흐를 뿐이다.

몸은 안전한 병원 침대에 누워 쉬고 계시지만,

어르신의 영혼은 돌아갈 데를 잃어버린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계실 터였다.


전화를 끊고도 나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수십 번의 돌봄을 해왔음에도, 해드릴 수 있는 말이 고작 “곧 나아지실 겁니다”라는

빈약한 위로뿐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무력할 줄 몰랐다.


돌봄은 곁에 있을 때보다, 곁에 있을 수 없을 때 더 격렬하게 흔들린다.

내가 없는 그 병실의 공기가 얼마나 차가울지 짐작이 가서, 나의 밤도 함께 차가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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