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조선생입니다. 평안하신지요...

by soosays

이별은 예고 없이 온다지만, 이렇게나 서둘러 문을 두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 주면 퇴원하신다는 소식에, 벌써 내 마음은 어르신의 주방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주말이 오면 어르신이 유난히 좋아하시던

차돌박이를 듬뿍 넣고 된장찌개를 끓일 참이었습니다.

한 끼씩 드시기 좋게 정성껏 소분해서 냉장고를 채워두고,

"어르신, 조 선생 왔습니더! 얼른 한 숟갈 드셔보이소"

하며 너스레를 떨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준비해둔 나의 마음은 갈 곳을 잃었는데,

어르신의 시간은 저만치 앞질러 흘러가 버렸습니다.

오늘 저녁, 어르신이 마지막 숨을 고요히 내어놓으셨습니다.


병마와 싸우며 겪으셨던 그 고된 통증들을 이제는 다 내려놓으시고, 비로소 편안해지셨습니다.

나의 스승이자, 친구였으며,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고용주였던 우리 어르신.

"조 선생은 진국이다"라며 내 이력서에 최고의 추천사를 덧붙여주셨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데, 이제는 기도로만 그분을 만나야 합니다.


잎새님들, 우리 어르신이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이제는 아픔 없는 그곳에서 평안히 쉬실 수 있도록 가시는 길에 마음 한 자락 보태어 주십시오.


나의 첫 번째 인생 인턴십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남겨주신 "응어리 없이 좋은 것으로 채워라"라는 말씀은

평생 잊지 않을거예요.


어르신, 고생 많으셨습니더.

그곳에선 밥맛없다 하지 마시고,

억지로 넘기는 숟가락질 없이 늘 배부르고 따뜻하게 계시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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