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 덕후들을 위한 잘 그리는 척 야매 Tip
오늘 소개할 '먹지 대고 그리기'는 너무 야매 팁이라 쓰면서도 좀 민망하다. 근데 의외로 이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미술학원에서 몇 번 써볼 기회가 있었는데, 선생님들은 이 방법을 그다지 권장하지는 않았다. 그림 실력이 전혀 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이건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은 자존심 상해서 잘 안 하는, 그래서 소개하는 이 글조차 좀 부끄러운, 진짜 그냥 야매 tip으로 가볍게 읽어주시길.
요새 예쁜 컬러링북이 많이 나왔다. 아기자기하게 잘 그려진 밑그림에 나는 색칠만 하면 돼서 수고도 덜고 어릴 때 하던 색칠공부 느낌도 나서 재밌다.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아이유가 스트레스 쌓일 때 집에서 혼자 컬러링 북에 색칠하는 모습이 나오면서 텔레비전에서도 몇 번 컬러링 북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는 일보다는 칠하는 일이 더 재밌고 스케치는 컬러링을 위해 거치는 단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먹지 대고 그리기는 그럴싸한 편법이다.
0. 준비물. 필요한 건 별거 없다.
* 따라 그리고 싶은 사진
* 먹지 - 문구점에서 판다. 열 장 정도 묶음으로 팔고 천 원 정도 한다.
* 그림 그릴 종이
1. 준비물이 구비되었으면 종이에 먹지를 대고 그 위에 사진을 올린다.
주의사항 몇 가지,
* 먹지의 까만 면이 종이를 향하게 둬야 한다.
* 그리다가 삐뚤어지지 않게 사진+먹지+종이를 잘 고정해준다. (나는 집게를 썼다.)
2. 자, 이제 사진의 외곽선을 따라 그려보자.
이 과정도 나름 재밌다. 주의사항은 너무 꾹꾹 누르면 안 되고 살살살 그려야 한다. 안 그러면 너무 진하게 선이 남으니까.
중간중간 먹지를 들추어 잘 그려지고 있나 확인해보자.
밑그림 완성! (쉽쥬?)
참고로, 한번 쓴 먹지는 여러 번 또 써도 된다.
3. 내 맘대로 컬러링
밑그림 완성하고 나면 맘대로 칠하면 된다. 나는 수채화로 칠해 보았다. 색연필, 마카, 오일 파스텔 등 원하는 도구로 자유롭게 칠해보자!
먹지를 쓸 일이 거의 없는데 최근에 쓸 일이 생겼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친구가 여행책에 실을 지도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손으로 그린 감성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요청해서 수채화로 그려줬다.
지도를 눈대중으로 똑같이 그릴 자신이 없어서 이때 먹지를 활용했었다. 구글 지도에서 도시를 출력하고 먹지를 대고 선을 딴 다음에 수채화로 칠했다. 그리고 스팟들은 따로 끄적끄적 그린 후 포토샵으로 지도에 붙였다. (감쪽같죠?)
단점이 있다. 선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 뭔가 대고 그린 티가 난다. 특히 꾹꾹 진하게 눌러 그릴수록 선이 어색하다. 먹지 대고 그린 선은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먹지 대고 그리기는 쉽고 재미있긴 한데 그림 실력은 늘지 않는다. 실력 향상을 원한다면 여기에 중독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야매스케치 전체 글 보기
instagram @soosc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