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을 쓰는 취미가 붙었다. 글쓰기는 괴로운 작업이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고 얻는 게 많다. 주말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완독 했다. 읽다 보니 글을 쓰는 과정이 UX 디자인을 하는 과정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국민이 글을 쓰는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특히 UX 디자이너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권장하고프다. 프로토타이핑이나 코딩 등 UX 디자이너가 계발해야 할 스킬에 대한 글들이 한참 많았는데 글쓰기도 숟가락 얹어본다.
일기를 제외하고는 글을 쓸 때 항상 '독자'가 있다.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고 함께 공감하고 의견을 나누고 내 생각을 전하기 위해 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거나 읽다 말거나 도달하지 않으면 글은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공감할지, 잘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글을 쓴 후에는 독자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혹은 안 좋았던 글을 다시 분석해본다. 통계를 보기도 하고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는 다음에 쓸 때 어떻게 쓸지 또 생각해본다.
글을 쓰면서 독자를 계속 상상하는 과정이 UX 디자이너가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 어렵진 않을까, 관심 있는 주제일까, 공감할까, 독자를 고려하고 반응을 살피고 피드백을 받고 다음 글에 반영하는 것처럼, UX 디자인을 할 때도 사용자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많이 이용할까 고민하고 실제 사용자 이용현황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용자 의견을 들어보고 서비스를 개선한다.
글을 쉽게 써야 하는 과정도 UX에서 늘 고민하는 문제들과 비슷하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필요한 기능만 넣어서 디자인을 하기가 늘 어렵듯 글도 쉽게 읽힐 수 있게 쓰는 게 더 어렵다. 이런 훈련을 하다 보면 UX 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UX 디자이너는 뭐하는 사람일까 라는 글에서 UX 디자이너에게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했었다. 개발자, UI 디자이너, 의사결정권자, 유관 부서 담당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각자의 니즈와 고충을 들어주고 조율하는 일을 많이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미팅이나 보고 등 대면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메일이나 보고 자료 작성 등 글로 해야 할 때도 꽤 많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때 말로는 잘하는 사람이 텍스트로 잘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메일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시 읽어 보아도 해석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자료가 구구절절 쓸데없는 내용이 많아서 읽기도 싫은 경우도 있다.
글을 쓰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이 작업들이 한결 쉬워진다. 문장 정리가 쉬워지는 등의 세부적인 이점들도 있지만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부담감이 많이 줄어든다는 게 좋다. 예전에는 깜빡이는 커서만 봐도 숨이 막힐 때가 있었다. 지금도 글쓰기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공포증은 어느 정도 극복되었다.
글을 잘 쓰는 훈련은 결국 생각을 잘 하는 훈련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머리 속에 부유하고 있는 생각들을 깊게 들여다보고 정리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보게 된다. 생각이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점이 내가 느끼는 글쓰기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고.
글쓰기는 휘발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진지하게 붙잡고 되새김질해보는 훈련도 된다. 글을 쓰려면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보니 잡생각도 유용한 생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아이디어가 계속 필요하고 크리에이티브가 요구되는 UX 디자이너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훈련이 아닌가.
위의 이야기는 UX 디자이너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용자에 대해 생각하기, 커뮤니케이션 능력 높이기, 생각 훈련하기는 UX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르면 어느 분야에서든 도움이 될 것이다.
쉽지는 않다. 괴롭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마무리가 안돼서 나는 너무 괴롭다.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건 더 어렵다. 1-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쓰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 매일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존경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표현의 한 수단으로 글쓰기는 큰 위안을 준다. 안에 축적되는 생각을 제때 표현하지 않으면 속이 꽉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는데 글로 정리하여 표현하고 내가 쓴 글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공감해주면 속이 좀 시원해진다.
암튼 우리,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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