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디 Dec 28. 2015

UX 디자이너여, 글을 쓰자.

최근 글을 쓰는 취미가 붙었다. 글쓰기는 괴로운 작업이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고 얻는 게 많다. 주말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완독 했다. 읽다 보니 글을 쓰는 과정이 UX 디자인을 하는 과정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국민이 글을 쓰는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특히 UX 디자이너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권장하고프다. 프로토타이핑이나 코딩 등 UX 디자이너가 계발해야 할 스킬에 대한 글들이 한참 많았는데 글쓰기도 숟가락 얹어본다.





사용자에 대해 생각하기.


일기를 제외하고는 글을 쓸 때 항상 '독자'가 있다.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고 함께 공감하고 의견을 나누고 내 생각을 전하기 위해 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거나 읽다 말거나 도달하지 않으면 글은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공감할지, 잘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글을 쓴 후에는 독자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혹은 안 좋았던 글을 다시 분석해본다. 통계를 보기도 하고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는 다음에 쓸 때 어떻게 쓸지 또 생각해본다. 


글을 쓰면서 독자를 계속 상상하는 과정이 UX 디자이너가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 어렵진 않을까, 관심 있는 주제일까,  공감할까, 독자를 고려하고 반응을 살피고 피드백을 받고 다음 글에 반영하는 것처럼, UX 디자인을 할 때도 사용자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많이 이용할까 고민하고 실제 사용자 이용현황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용자 의견을 들어보고 서비스를 개선한다. 


글을 쉽게 써야 하는 과정도 UX에서 늘 고민하는 문제들과 비슷하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필요한 기능만 넣어서 디자인을 하기가 늘 어렵듯 글도 쉽게 읽힐 수 있게 쓰는 게 더 어렵다. 이런 훈련을 하다 보면 UX 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커뮤니케이션 능력 높이기.


UX 디자이너는 뭐하는 사람일까 라는 글에서 UX 디자이너에게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했었다. 개발자, UI 디자이너, 의사결정권자, 유관 부서 담당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각자의 니즈와 고충을 들어주고 조율하는 일을 많이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미팅이나 보고 등 대면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메일이나 보고 자료 작성 등 글로 해야 할 때도 꽤 많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때 말로는 잘하는 사람이 텍스트로 잘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메일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시 읽어 보아도 해석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자료가 구구절절  쓸데없는 내용이 많아서 읽기도 싫은 경우도 있다.


글을 쓰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이 작업들이 한결 쉬워진다. 문장 정리가 쉬워지는 등의 세부적인 이점들도 있지만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부담감이 많이 줄어든다는 게 좋다. 예전에는 깜빡이는 커서만 봐도 숨이 막힐 때가 있었다. 지금도 글쓰기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공포증은 어느 정도 극복되었다.




생각 훈련하기.


글을 잘 쓰는 훈련은 결국 생각을 잘 하는 훈련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머리 속에 부유하고 있는 생각들을 깊게 들여다보고 정리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보게 된다. 생각이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점이 내가 느끼는 글쓰기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고.


글쓰기는 휘발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진지하게 붙잡고  되새김질해보는 훈련도 된다. 글을 쓰려면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보니 잡생각도 유용한 생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아이디어가 계속 필요하고 크리에이티브가 요구되는 UX 디자이너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훈련이 아닌가.






위의 이야기는 UX  디자이너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용자에 대해 생각하기, 커뮤니케이션 능력 높이기, 생각 훈련하기는 UX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르면 어느 분야에서든 도움이 될 것이다.


쉽지는 않다. 괴롭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마무리가 안돼서 나는 너무 괴롭다.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건 더 어렵다. 1-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쓰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 매일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존경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표현의 한 수단으로 글쓰기는 큰 위안을 준다. 안에 축적되는 생각을 제때 표현하지 않으면 속이 꽉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는데 글로 정리하여 표현하고 내가 쓴 글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공감해주면 속이 좀 시원해진다.


암튼 우리, 글을 쓰자. 









주옥같은리뷰 전체 글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의 주옥같은 UX 작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