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스케치 브런치북 프로젝트 #2 은상 수상
친구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기 시작한 지 8개월 정도 됐어요. 주말마다 2시간 남짓 진행하고 몇 번씩 빠진 거 감안해도 60~70시간 정도 가르쳐준 셈이네요. 처음엔 그냥 한두 달 하다가 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가고 심지어 그 사이 학생도 한 명 늘었어요.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학생들의 의지가 가장 큰 이유 같고, 저는 저대로 브런치에 올리면서 재미를 찾아서였나 봐요.
친구에게 주말마다 그림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주변에 얘기를 했더니 생각보다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잘 그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다들 너무 어렵게 생각하더라구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어렵지 않다고. 일단 그냥 시작하고 꾸준하게 하면 된다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어차피 이걸로 먹고 살 거 아니잖아요. 그냥 취미로 끄적끄적 그리고 싶은 거잖아요. 엽서를 그려서 선물하거나 여행 갈 때 보고 느낀 거 담는 정도를 원하면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고,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첫 글부터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친구에게 가볍게 얘기하듯이 풀어놓은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나 봐요. 제 글이 독자들에게 그림을 시작할 용기를 준다는 점이 오히려 저에게 더 힘이 되었어요. 같이 하는 학생들에게도 자극이 되었구요.
독자들로부터 메일로, 댓글로,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종종 연락이 왔어요.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이 제일 많았는데 아쉽지만 인원을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순천에 야매스케치 모임이 생겼다는 소식도 들었고, 제 글을 읽고 블로그에 매일 그림을 그려서 올리는 사람도 있고, 제게 그림을 보내며 의견을 요청한 사람도 있었어요. 제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게 신기하고 고마운 경험이었어요.
몇 달 전 야매스케치로 출판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거절했어요. '이게 될까’ 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지금은 대상이 아니라서 출간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좋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용기가 나요.
제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신 분들과 구독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어요. 내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상까지 준 브런치팀에도 감사해요.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저의 뮤즈 같은 학생들도 고마워요. 오늘 수업 끝나고 우리끼리 조촐한 축하의 자리를 가졌어요. 저의 가장 열렬한 팬이 되어 주었던 가족, 그리고 늘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소감은 쿨하고 세련되게 쓰고 싶었는데 질척질척하네요. 그래도 촌스러운 저의 마음 꼭 전하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