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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Mar 31. 2016

둘만의 이야기로 청첩장 그리기

학생 1호의 셀프 청첩장 도전기

학생 1호가 지난 주말 결혼했다! 축하축하. 결혼 준비를 하면서 청첩장을 직접 그려서 만들었다. 둘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의미 있는 청첩장이 된 것 같아 내가 막 뿌듯했다.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스케치부터 수채화까지 조금씩 배워두었던 걸 실제로 써먹게 되어 학생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셀프 청첩장을 혼자 해보려면 막막할 수 있다. 특히 인쇄소에서 직접 인쇄를 맡겨 본 경험이 없으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누구든 셀프 청첩장을 만들 수 있다.


우리 학생은 이렇게 만들었다.





1. 아이디어 스케치

시작은 둘의 이야기로..

처음에는 그 커플의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들으면서 손으로 계속 끄적끄적 낙서를 했다. 둘이 데이트할 때는 주로 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고백했는지, 어떻게 청혼했는지, 기억에 남는 선물 등 둘의 시시콜콜한 연애담을 낄낄 수다 떨면서 손으로는 계속 얘기하는 걸 같이 낙서했다. 둘이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하면 웨딩드레스 입고 자전거 타는 모습 그리면 예쁘겠다, 둘이 통신사에서 동기로 만난 거 표현해주면 좋겠다, 프러포즈 때 받은 블루베리는 리스처럼 장식으로 넣어주면 어떨까, 등 이야기를 나누며 카드에 넣을 그림을 구체화했다.






2. 그리기

그리고 아주 많이 반복하기


어떻게 그릴지 레이아웃을 잡은 후에 수채화로 칠했다. 근데 처음엔 어딘가 좀 아쉬웠다. 색감도 그렇고 어딘가 좀 어정쩡했다.




그래서 똑같은걸 계속 반복시켰다. 다시 그릴 때마다 조금씩 괜찮아졌다. 한 다섯 번쯤 그린 후에야 오케이!




그전까지의 수업을 '즐겁게 그리기'에 초점을 맞추다가 처음으로 '잘 그리기'에 집중하고 자꾸 반복해서 그리게 했더니 많이 힘들었다는 뒤늦은 고백에 조금 미안했다. 그렇지만 그다음 주부터 바로 또 즐겁게 그리기로 전환. :)


Tip. 이미지 사이즈 정하기
청첩장의 사이즈를 정할 때는 봉투 기준으로 잡아주는 게 좋다. 물론... 봉투 사이즈도 따로 맞출 수 있지만 기성 봉투랑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학생 1호는 봉투를 미리 골라 두고 청첩장은 봉투 크기보다 가로/세로 1cm씩 작게 맞추어 그렸다.
엽서형으로 앞뒤만 고려해서 만들었는데 한 번 접히는 카드형이나 병풍형 등 다양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원하는 스타일을 인쇄소에서 알아보고 사이즈를 정하면 좋다.



3. 컴퓨터로 보정


그림 그린걸 스캔했고 포토샵으로 조금 보정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약간 도움을 줬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이 학생이 스캔해서 보내줬던 이미지. 오른쪽이 포토샵으로 전체적인 색감, 각 오브젝트의 크기, 레이아웃 약간 매만지고 배경 좀 정리해준 이미지다.




앞면 완성!


Tip. 초보자들이 많이 하는 스캔 실수
초보자들이 그림 그린걸 스캔할 때 막 찌글찌글하게 해올 때가 있다. 원인은 십중팔구 스캐너 디폴트 세팅 때문이다. 보급형 스캐너 대부분에는 자동 보정 기능이 있는데 대비와 밝기를 멋대로 보정해버려서 그림이 좀 이상하게 스캔될 때가 있다. 스캔할 때 자동 보정 기능을 빼고 해상도는 300 dpi 정도로 하는 걸 추천.



4. 뒷면 끄적끄적


뒤에 지도도 직접 그려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지도를 수채화로 그리면 느낌 꽤 괜찮고 앞면과도 잘 어울릴 거 같다고.




학생이 지도랑 지도 안에 들어갈 오브제들을 그려서 스캔해서 보내줬다. 그걸 난 포토샵에서 하나씩 뜯어서 붙여줬다. 색이 너무 많고 톤이 전반적으로 좀 뜨길래 톤 보정을 살짝 해주고 글씨도 넣어줬다. 나는 시각 디자이너는 아니라서 사실 그래픽 센스는 좀 자신 없고 그냥 배치만 대충 해줬다. 값비싼 폰트도 없어서 나눔명조와 나눔고딕으로..



뒷면 완성!




6. 인쇄


대학교 졸업한 이후 몇 년간 인쇄소 갈 일이 없었고 이제 아는 인쇄소도 없다. 그래서 그냥 인터넷에서 막 검색해서 싸고 소량인쇄도 해주는 곳에 맡겼다.


종이는 예전에 전시용으로 리플릿 찍을 때 종이에 대해 잘 몰라서 남들이 다 하는 랑데뷰 240g으로 고민 없이 맞췄다. 근데 청첩장으로 맞추려니 수입지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길래 선뜻 권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저렴하게 스노우지 250g 비코팅으로 맞췄다. 고급지고 빳빳한 거 원하면 랑데뷰 추천. 가성비가 중요하면 스노우지로.. (펄 들어가고 화려한 종이도 많지만 잘못 쓰면 겁내 촌스러워서 권장하고 싶진 않다.)



인쇄 완료! 이게 인쇄된 최종 청첩장. 받고 함께 엄청 뿌듯했다.


봉투 뒷면에 붙이는 용도로 스티커도 제작했다. 지도에 그려넣은 반지를 활용해서 신부용과 신랑용 두 색상으로 제작했다. (유포지 80g, 원형 도무송 30*30mm으로 제작) 식장 갔더니 스티커가 많이 남았는지 식권으로도 활용했다.ㅋㅋ






그동안 연습했던 걸 실전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서 기특했다. 커플의 예쁜 이야기가 담긴 청첩장이라 더 의미 있었다. 청첩장 나눠주면서도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다. 인생의 특별한 날인 만큼 특별한 나만의 청첩장 만들어 보기를 추천! (그러나 정작 나는 결혼할때 바른손에 맡겼다.)



학생 1호가 그린 결혼식의 기억







예고편:

학생 2호가 봄이니까 꽃이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근데 꽃 너무 어렵다..









야매스케치 전체 글 보기



왜 그릴까

* 인트로 - 얼떨결에 시작

* 작가 소개 - 못생긴 매력의 그림


어떻게 그릴까

* 기초편 - 선 연습

* 기초편 - 투시법, 육면체 그리기

* 기초편 - 원기둥 그리기

* 먹지 대고 그리기 - 컬러링 덕후들을 위한 잘 그리는 척 야매 Tip

*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 둘만의 이야기로 청첩장 그리기


뭘로 그릴까

* 도구 소개 - 쉽고 빠르게 그리는 마카

* 도구 소개 - 휴대용 수채화 kit


어디서 그릴까

* 여행하며 그림 그리기

* 미술관에서 그림 그리기





instagram @soo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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