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터 볼메이슨자 믹서기 리뷰
올해 초부터 미니멀 라이프 실천했다. 안 쓰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집 안 물건을 전부 버리거나 기부하고 주변에 나누어주었다. 집이 점점 비어 가는 그 느낌이 좋았다. 물건들을 없애다 보니 사람을 위한 공간이 넓어졌다. 옷이든 책이든 디지털 제품이든 '소유' 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거의 안사고 있다. 어쩌다 사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하나 살 때마다 아주 신중했다.
꽤 오랫동안 무욕의 삶을 잘 실천하고 있었는데 지난달 29cm에서 오스터X볼메이슨자 콜라보 믹서기를 보고 아주 오랜만에 강렬한 구매 욕구를 느꼈다. 2주 정도 고민한 끝에 결국 질렀다. 근데 올해 가장 잘 산 제품 같아서 넘나 뿌듯하다.
(29cm에서 할인 이벤트를 했는데 현재는 품절)
볼메이슨자 믹서기는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하는 미니멀리즘의 기본에 충실하게 디자인되었다. 믹서기에 필요한 정말 최소한의 피스만 남겨두었다.
보통 믹서기는 본체에 믹서기 볼을 조립하고 그 안에 이것저것 넣고 갈아서 컵에 덜어 마신다. 이 믹서기는 볼메이슨자에 재료를 넣은 후 칼날을 뚜껑처럼 덮고 뒤집어서 본체에 합치는 방식이다. 설명이 어려워서 동영상을 찍어 보았다.
정말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삶이 훨씬 편해진다. 설거지도 줄어들고 찬장에 보관하는 본체의 사이즈도 작아서 편하다. 가전제품 살 때 가장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지속 가능하게 보관과 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인데 그런 의미에서는 감동적이다.
기존에 쓰고 있던 믹서기는 신혼 선물로 받은 필립스 핸드 믹서기인데 피스가 너무 많았다. 달걀 섞는 것도 있고 볼도 크기별로 2개, 칼날도 2개 다 합치면 피스가 열개도 넘었다. 부피가 너무 커서 찬장의 한 칸을 다 차지했고 한번 쓰고 나면 설거지 할게 너무 많아서 귀찮았다. 다양한 용도의 믹서기가 필요하다면 유용할 수도 있지만 주스 갈아 마시려는 용도로만 쓰기에는 과했다.
볼메이슨은 밀폐 보관형 유리병으로 180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기 있는 브랜드다. 본래 보관 용도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많이 활용하고 희귀 앤티크 병은 이베이에서 고가에 팔릴 정도로 컬렉션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참고로 볼메이슨자의 저장 기능의 핵심은 유리병과 밀폐 가능한 메탈 뚜껑에 있는데 이 믹서기는 플라스틱 병과 뚜껑을 사용한다. 보관의 목적은 아니다 보니 볼 메이슨의 핵심적인 가치보다는 룩만 가져왔다.)
나도 예전부터 볼메이슨자를 좋아했고 잘 쓰고 있었다. 일본에서 한참 유행하던 병 샐러드도 해 먹어 보고 과일청도 담가보고 꽃도 꽂아보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 내가 뭐에 홀리듯 이 믹서기를 사버린 이유와 이 믹서기가 한 달 만에 29cm에서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에는 볼 메이슨 자에 대한 브랜드 호감도가 큰 몫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컵은 뚜껑 덮으면 평소에 물병으로 들고 다니기에도 괜찮다. 좀 용량 큰 물병 찾고 있었는데 700ml 정도 돼서 만족스럽다.
예뻐서 선물하기에도 괜찮았다. 친구 결혼식을 못 가서 결혼 선물로 사줬는데 엄청 좋아했다. 신혼 선물로 사주기에 아이템이나, 미모(?)나, 센스나, 가격 면에서나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이 물병에 빨대와 빨대용 뚜껑을 같이 준다. 필요도 없고 지속 가능한 유지/관리 차원에서 낙점하여 즉시 버렸다. 내 입장에서는 안 쓰니 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왠지 좀 낭비 같아서 아쉬웠다. 시중에 판매하는 텀블러나 물병 중에 가끔 이렇게 빨대를 꽂는 게 있는데 어떻게들 설거지 하는 걸까. 일회용처럼 보이진 않는데. 물로만 휙휙 하기에는 좀 찝찝하고. 궁금하다. 다들 어떻게 관리하는지.
믹서기 하나로 이렇게 긴 리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한 줄 요약:
당신은 이 글을 읽은 후 네이버 쇼핑에서 볼메이슨 믹서기를 검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