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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Sep 02. 2019

워킹맘 하루 전

복직을 앞두고 남기는 글

미안함을 느낄 미래의 나를 위해 글을 남겨둔다.


내가 일하는 걸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말자.


아기는 아직 내가 외출할 때 뭐가 뭔지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조금 더 크면 아침마다 출근하는 나에게 가지 말라고 매달릴 수도 있다. 점점 집을 떠나는 시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안해하진 말자.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 그 표정과 뉘앙스를 아이도 분명 눈치챌 것이다. 그러면 더 보채고 투정을 부리지 않을까. 당연하게 집을 나서자. 너네 엄마는 아침마다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오는 사람이야. 엄마가 선택한 삶이야.


우리 엄마도 워킹맘이었다.


초등학교 때까진 하교할 때 부모님이 집에 없어서 외로웠던 날도 많았다. 그러나 중학교 올라가면서 친구들과의 시간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극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엔 엄마가 일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 엄마는 올해 환갑이고 지금도 일한다. 대학을 들어간 이후부터는 엄마에게 커리어에 대한 상담도 많이 했다.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있어서 좋았다.


엄마가 나 어렸을 때 커리어를 포기했다면 그땐 좋았을 수도 있겠다. 근데 엄마와의 관계는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나도 크면서 부채감을 느꼈을지도.


내일 복직이라 걱정도 되지만 설레기도 한다고 엄마에게 얘기했다. ‘그래, 엄마로만 살 수는 없지.’라고 엄마가 말해줬다. 스치듯 해준 그 말이 너무 고맙고 좋았다. 역시 워킹맘의 마음은 워킹맘이 안다.


지난 1년간 아이가 나를 많이 필요로 했고 ‘엄마로' 살았다. 이제 ‘엄마로도’ 살아보자. 나는 내 아이를 정말 많이 사랑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더 중요하다. 내 아이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야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항상 너를 우선순위에 두라고. 그 누구보다 네가 더 중요하다고. 이제 그 말을 나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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