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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by 수수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2024년 4월 1일 월요일. 나는 올해 환갑의 나이다. 폐암 수술을 받은 후, 하루하루 언제 지나갈까 지루했었다. 강원도에 있는 산과 바다, 포항에 있는 산과 바다를 다 누비고 다녔다. 자연이 있었기에 지루함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지금 나는 제주도에서 자연을 누린다. 이 세상에서 살날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다만 떠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나는 이 시간을 아낀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먹어보고 싶은 음식도 많다. 입어보고 싶은 옷, 도전해 보고 싶은 일들도 많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 죽음을 눈앞에 맞닥뜨린 사건이 폐암 선고였다. 그 충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폐암 말기도 아니었는데도 그렇다. 2008년에 뇌종양 선고를 받았을 때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다. 그때 뇌수술을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가는 침대 곁에 있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었다. 오히려 자녀들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가족에게 많은 아픔을 안겨줬다. 가족을 아프게 한 그만큼 잘 살아야 한다. 가족에게 사랑을 주는 자로 살아야 한다. 용기를 주는 자로 살아야 한다.

책도 많이 읽고 싶다. 강연도 다니고 싶다.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다. 취미 생활하면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 일을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하고 싶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일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 글로, 강연으로, 영상으로, 만남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서핑도 하고 싶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세계여행도 하고 싶다. 해외 선교지에서 그 나라 말로 대화하고 싶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다 이루어갈 거라 믿는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도전한다.

어느 때는 여유롭게 카페에서 차도 마신다.

나는 오늘도 일을 한다. 나를 둘러 싼 모든 환경과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 하루를 감사와 기쁨으로 마무리한다.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음에 감사하다.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운동한다. 잘 먹는다. 잘 잔다. 좋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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