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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방법

by 수수

나는 오늘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을 봤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페가소스스트링 콰르텟 초청 공연이다. 제목이 길다. 콰르텟이 무슨 뜻인가 찾아보았더니 네 사람으로 편성된 연주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클래식 음악이 정서에 좋다고 하니 들으려고 노력했다. 자녀를 임신했을 때도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농부의 딸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한글을 잘 모르셨다. 집안에 음악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클래식 음악은 들을 기회가 없었다. 고등학생 때 학교 음악 시간에 몇 번 들었겠다. 대학생 때도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나는 서울교육대학을 졸업했다. 초등교사가 되기 위한 필수 교육 과정으로 음악교육 시간이 있었다. 그때 피아노 앞에 처음 앉았다. 바이엘을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싶었지만 계속 배우지 못했다. 나는 피아노 건반 소리가 좋다. 세월이 많이 지났건만 피아노 치고 싶은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좁은 월세방에서 살면서도 작은 전자 키보드를 산 이유다. 가끔 하루에 10분 정도 건반을 누르며 소리를 듣는다. '세광 반주 테크닉' , '하농 60' 책을 펴놓고 악보 따라 건반을 누른다.

나는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사랑회원이다. 2018년도에 폐암 수술을 하고 제주도에서 몇 개월 보낼 때 우연히 회원가입을 했다. 그 뒤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공연 안내를 카톡으로 보내 준다. 서귀포예술의 전당, 제주시 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 안내다. 덕분에 뮤지컬, 연극, 노래, 합창, 국악, 관현악단 연주 등 품격 있는 공연을 여러 편 관람했다. 오늘 본 공연도 그중 하나다.

나는 공연 내용보다 공연자들에게 감동한다. 그들은 처음 태어날 때부터 그 공연을 위해 준비된 자들처럼 느껴진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 길고 긴 악보들을 볼 사이 없이 연주한다. 손가락 움직임이 물 흘러가듯이 빠르다. 음악 소리, 손가락 움직임, 음악에 맞추어 공연하듯 하는 몸놀림. 온몸이 악기처럼 보인다.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나도 그들처럼 멋진 열정으로 살아내리라. 4명의 아름다운 연주 분위기를 내 안에 담았다. 오늘도 두 시간 동안 그 풍요함 속에 내가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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