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살았더니 건강도 되찾고, 생기도 되찾고, 삶의 방향도 찾았다. 내가 망가진 것 같았으나 내가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었다. 그전 삶은 남들이 보기에 멋지고 완벽하여 부러움을 사는 삶이었지만 실제 속은 망가져 가고 있었다. 그 삶이 다 뒤엎어졌다. 그 뒤엎어지는 사건들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건이 2008년 뇌종양 수술이다. 두 번째 사건은 2018년 폐암 수술이다. 10년 간격이다. 내가 돌이킬 수 있는 상황이 다 되었을 때 그 일들이 생겼다. 아들과 딸이 모두 다 내 손을 떠나 살고 있을 때 신은 나를 엎으셨다. 그러고는 그 전의 생활에서 꺼내 주셨다. 서울 도시 한복판 좁은 아파트 공간으로부터 아름다운 자연을 맘껏 누리며 사는 삶으로 바뀌었다. 공간 이동뿐만 아니라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사람과 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내 자유의지를 무시하며 짓눌렀던 사람, 거절 못하는 나에게 쏟아지는 일들. 그 삶으로부터 벗어 나 강릉, 포항, 제주도의 산, 강, 바다를 찾아가고, 달리고, 걷고, 만진다. 감탄하는 삶이다. 한탄하던 삶에서 경탄하는 삶으로 뒤집혔다. 사람과의 관계를 자유롭게 가꾸어 간다. 내 생각과 삶이 존중받는 관계. 그 일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유를 찾았다.
살기 위해 살았더니 제대로 살게 된다. 정신을 차리게 된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는 강한 몸부림을 친다. 마음을 비운다. 새로운 마음으로 채운다. 미움, 시기, 질투, 정욕. 다 비운다. 그 비워진 공간에 용납, 경청, 겸손, 사랑, 용서, 위로로 채운다. 내가 살기 위해 사는 길이다.